2024년 1월 13일, 토요일이었습니다.
다들 쉬는 토요일이지만 인권생태계팀에게 요일은 상관 없습니다.
누군가의 뒷배가 되는 일에 요일과 시간이 뭐가 중하겠습니까? ^^
그래서 영등포 문래동에 위치한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다녀왔습니다.
탈시설 장애인 자조 모임인 '벗바리' 1월 모임이 진행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2024년 모임 계획을 세운다고 하니 어찌 안 갈 수가 있겠어요?
여러분도 그리 생각하시지요?
벗바리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찾아보니 벗바리는 뒷배를 보아주는 사람, 순우리말이랍니다.
뒷배는, 겉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보살펴 주는 일을 말하는데요.
그러니까 벗바리는
누군가의 곁에서 표 안나게 응원하고 다독이고 마음 든든하게 같이 가주는 사람을 말한답니다.
모임 이름 만큼이나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고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벗바리들.
벗바리들은요, 장애인 생활 시설에서 살다가 시설 밖으로 나와
동네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걸 '탈시설'이라고 말해요.
시설과 사회는 많이 다르죠. 그래서 서로에게 조언도 해주고 정보도 교환하고
또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자고 회의도 하고요.
때로는 같이 나들이도 갑니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요.
여러분들도 다들 동네 모임, 친구 모임, 직장 모임, 동료 모임 하시잖아요?
벗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네 삶에서 참 중요한 게 사람입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바로 곁에 존재하는 것.
내가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인정하고 인정받고 살아가는 것.
동네 이웃일 수도 있고, 동료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지요.
가족과도 우린 많은 것을 나누고 살지요.
여하튼 내가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나의 시간과 공간을 내 의지대로 조직하고 살아가는 것.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고 또 우리가 지향하는 세상일 겁니다.
벗바리 모임원들 또한 그렇답니다.
누구나에게 자유롭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벗바리들은
매 달 한번씩 모여 먹고 마시고 행동하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합니다.
이번 1월 모임 또한 그랬습니다.
늦게 오는 벗바리, 언제 오는지 묻고
다른 일정이 있어 못 오는 벗바리, 2월에 만나자고 소식 띄우기도 하고요.
다같이 모여 도시락을 먹고 나서 2시간 정도 회의를 했습니다.
벗바리 모임 계획을 세우는데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도 많습니다.
따져봐야 할 것들도 너무너무 많은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벗바리들. 휠체어 바퀴 굴리면서 어디든 갈거라고 계획 세웁니다.
2월엔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기로 했습니다.
박물관 돌아보며 전시 관람하면서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3월에는요, 1박 2일로 전남 목포로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KTX 타고 가자, 버스 타고 가자 의견이 분분하다가
마침내 휠체어 8대 들어가는 버스를 임대해서 가기로 결정~!
이젠 목표여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일만 남았습니다. 하하하하.
회의가 끝나고 모두들 뿌듯, 충만한 표정.
헤어지는게 아쉽지만 2월은 곧 올거니까요.
인권생태계팀은 벗바리들 곁에서 표 안나게 도시락 배분하고, 도시락 용기 정리하고
회의 내용 기록하고, 오다 가다 눈 마주치면 웃고
또 지원하는 입장이지만 의견도 좀 내고요.
그런 토요일 오후를 보내고 왔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무척 따뜻해지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모든 인간이 존엄함을 알고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겠나 싶다가도
아직 그런 세상이 아니니까 우리가 이렇게 모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서로의 뒷배가 되어주는 우리이기를, 서로 벗바리가 되는 2024년이기를 바래봅니다.
* 벗바리 모임 이야기는 쭉~~~~~~ 이어집니다. 또 벗바리 모임이 궁금하시면?
아래로 문의해주세요!
문의: 인권생태계팀 070-5202-0580~0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