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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투데이] “점자를 읽고 사용할 줄 아는 시각장애인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영등포장애인복지관 인권생태계팀 연재 칼럼
24-07-24 10:31 53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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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투데이]


보는 것과 살피는 것의 차이

종종 장애 인권과 관련된 강의를 나가곤 한다. 

사회복지기관 종사자, 공공기관 종사자, 마을주민 등 누구든 반길 수 있는 안전하고 존엄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사회적으로 ‘외로움’을 말하는 이 시기에 누구든 반기고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다니. 

이것은 함께 길을 만들어 갈 길벗을 만나는 일과 같다는 생각에 없던 성실함과 꼼꼼함이 생긴다. 

다양한 자료를 찾는 일, 자료가 강의에 쓰이기 알맞은지 생각해 보는 일,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일, 그 정보를 보기 좋게 발표 자료로 만드는 일을 마무리 지었고, 마침내 강의를 하는 날이 다가왔다.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 참여자들의 호응과 참여도를 보며 강의가 무사히 끝났다고 생각했을 무렵이었다.


“선생님, 강의 자료가 너무 작아요.” 라는 강의 참여자의 의견이 있었다. 

강의 참여자 중 시각장애 당사자가 있었고, 깔끔하게 정리된 강의 자료가 주는 가독성이 모두에게 같지 않았다는 사실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의견을 들었다면 가장 먼저해야 할 것은 묻는 일이어야 했다. 그냥 묻는 일이 아니라, 섬세하게 잘 묻는 일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부끄럽게도 그렇지 못했다.


“점자 프린트를 해드리면 다음 강의 때 조금 편하실까요?” 

아주 단편적인 생각, 시각장애인 모두는 전맹이거나 점자를 능숙하게 읽을 것이라는 편견이 고스란히 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똑같은 질문을 무수히 받아 이러한 무지함에 지칠 법도 한 강의 참여자는 따뜻한 웃음으로 어리석은 질문에 대해 현명한 답을 주었다.


“점자를 읽고 사용할 줄 아는 시각장애인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21년 점자출판물 실태조사에 의하면 점자 사용이 가능한 시각장애인 비율은 9.6%, 불가능한 시각장애인 비율이 90.4%인 것으로 조사됐다. 

두 번의 어리석은 질문을 하지 않으리라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다음 강의를 제가 조금 더 잘 준비할 수 있을까요?”

“자료를 확대해 주셔도 좋고, 강의 내용을 녹음해 주셔도 좋고, 말씀하실 때에 조금 더 천천히 이야기 해주셔도 좋아요.” 


그 다음 회기를 준비하며, 강의 참여자가 읽어야 할 책이 오디오 지원이 되는 책인지, 택배 등의 방법으로 쉽게 도서 대출과 반납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강의 자료 제작과 배포는 어때야 하는지, 강의를 진행할 때에 나는 어떤 설명과 묘사를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보이는 것, 내가 아는 것 안에서 함께 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보고자 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살피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고 쓱 스칠 것이냐, 본 것을 천천히, 자세히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필 것이냐에 대한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묻는 용기, 알게 된 것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 나은 다음을 만든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앞선 일화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또 다시 ‘보는 것’에 그친 일이 있었다. 

지난 주말 양재aT 센터에서는 발달지연, 자폐스펙트럼 당사자에 대해 알고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인 오티즘 엑스포가 열렸다.

오티즘 엑스포에서 캠페인 부스를 운영하고 있던 중 시각장애 당사자가 캠페인 부스를 찾았다. 

케인(지팡이)이 없이 부스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 오기에 전맹이 아니겠다 판단했다.

인권 책갈피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고 웃음과 함께 전한 말. 


“선생님 전맹은 어떻게 만드나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전맹이신 줄 몰랐다는 말에 

“괜찮아요.  제가 얘기해주면 되죠.” 라는 관용 한 스푼. 

옆에 앉아 종이의 크기는 어떤지, 어떤 문구들이 있는지, 꽃 스티커 모양은 어떤지, 크기는 어떤지 열심히 설명하고 선택한 스티커를 함께 붙이며 캠페인을 마칠 수 있었다.


그날 식은땀과 창피함에 문득 떠오른 농담. 

사회복지사들의 사이에 종종 오고 가는 성찰의 농담이다. 

사회복지사가 죽은 후 각자가 믿는 종교, 또는 세계관의 천국, 극락 세계 등의 이상과 평화의 세계로 가면, 그 곳을 관장하는 신 또는 존재가 맨발로 뛰쳐나와 놀란 얼굴로 “니가 어떻게 여기에 왔어?” 한다는 농담이 그것이다. 사회복지사가 지옥에 가게 된다면 그 죄목은 아마도 나는 이미 잘 안다는 마음으로 섣부르게 생각하는 것! 

바쁘다는 이유로 들어야 할 것을 듣지 않고,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는다는 것! 이라는 성찰적 농담.


어떻게 물어야 할지 용기를 내고, 묻는 것에 대한 대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 나은 다음을 만든다는 것을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어떤 사랑을 할 것인가

복지관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힐링포스팅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지역사회 주민의 문구를 받고, 이를 게시하는 일을 한다. 

힐링포스팅 문구 중 하나가 내 마음에 박혔다.

 “사회복지사 샘들은 사랑둥이~” 

사랑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랑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본다. 

사랑이라는 낱말과 그 마음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표현된다.

 때때로 더 가진 자가 더 가지지 못한 자를, 더 나은 자가 모자란 자를 향해 베푸는 아량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리가 조금 더 존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사랑의 방향이 있을까? 

있다면 아마도, 나와 같은 존엄한 존재로 생각하고 그의 삶의 역사, 생각, 방향, 가치관을 충분히 살피고 인정하는 사랑이 아마도 그럴 것이다. 

만나고, 묻고, 듣고 함께 궁리하는 사랑, 존엄한 존재로서 인정하는 사랑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 2024 인권 곁으로는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 인권생태계팀에서 연재하는 칼럼이다. 

보편적 권리로서 의사소통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매월 다양한 주제와 소제로 풀어보는 코너이다.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 인권생태계팀 「인권 곁으로」


출처 : 영등포투데이(https://www.ydp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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