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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투데이 "의사소통권리" 칼럼 투고]‘우리 없이 우리에 대한 것은 없다
24-08-26 17:08 15회 0건

인권생태계팀에서는 의사소통권리에 대해 지역사회에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서 

지역언론사인 영등포투데이에 매월 의사소통권리를 주제로 칼럼 투고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칼럼은 "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한 것은 없다!(Nothing about us without u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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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투데이] 

능력이 곧 권리로 치부될 때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한 것은 없다(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이 한 문장은 
세상에 분명히 존재함에도 억압과 배제에 의해 지워지는 존재들이 우리의 곁에 있음을 알려준다. 
있지만 없는 사람들, 존재에 대한 부정은 곧 그가 가진 존엄함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진다. 
한 사람의 존재와 그 존엄은 무엇에 의해 지워지는가? 대단한 악인만이, 직접적인 차별, 억압, 배제만이 존재와 존엄을 지우는 것일까? 
존재의 비가시화는 복합적으로 만들어지기에 단편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부르짖는 ‘능력’과 그에 대한 비장애중심적 사고, ‘선량한 차별’이 존재의 비가시화에 비정한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호에서는 ‘능력’과 “의사소통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쟁이라는 무한한 굴레 속에 사는 우리들은 공정이 곧 능력에 따른 차등함이라고 굳게 믿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정의 담보처럼 여겨지는 능력은 과연 ‘공정’하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능력은 누가 어느 기준으로 판단한단 말인가? 말장난 같겠지만 우리는 능력 그 자체에 대한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는 이들의 삶과 그를 둘러싼 사회구조가 능력을 기준으로 한 사람의 존재를 지워내고 그 존엄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더 솔직하게 우리는 능력이 없으면 권리도 없다 생각한 적은 없는지를 묻고 싶다. 
 
‘장애학의 도전’이라는 책에서는 능력에 따라 누리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인간은 각기 다른 생존 또는 생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생존권이라는 것은 헌법을 통해 보장되는 권리이기에 그 능력의 차이나 정도를 이유로 ‘미안하지만 그만 삶을 마감해 주셔야겠습니다-’ 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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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하게 하는(Disabled), 가능하게 하는(Enabled) 
대한민국 모든 유권자에게 투표는 곧 권리라고,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고 수도 없이 강조하던 올해 봄이다.

우리 중 누군가를 붙잡고 선거권이 있는 국민 모두 이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대답을 하는 것으로 ‘나는 차별과 배제, 억압과 냉대와는 먼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지낸다.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다수의 비장애인 유권자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선거권이 장애 유권자에게는 하나의 인정 투쟁과도 같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투표소와의 물리적 접근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실질적으로 유권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함에도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보물은 턱없이 부족하다. 
투표용지는 너무나도 작고, 신체의 흔들림이나 마비가 있는 경우 기표를 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유권자 모두에게 투표를 독려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고 싶음에도 ‘할 수 없게 하는’ 제도적 장벽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으며, 함께 하고 있는가? 

인간의 존엄과 평등,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사소통권리는 선언에 그쳐서는 이뤄질 수 없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선거권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 언론 보도의 댓글에는 “선량한 차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투표권이 다 무슨 소용이냐는 말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댓글창을 채우고 있었다. 


평등의 대전제, 존엄의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현실 속 장벽에 대해서는 기계적인 평등 감각만이 남았을 뿐이다. 

『존엄, 자유, 평등, 연대로 만나는 인권 교과서』라는 책에서는 평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평등은 내가 가치 있고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에 맞춰 자기다움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비장애인 중심의, 능력주의 중심에 맞출 것을 강요하지 않는 것, 이를 과감히 해체하며 인간이 가진 존엄과 평등에 가까워지려고 할 때 우리는 텅 빈 기계적 평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알 수 있도록 그 정보를 성실히 제공하는 것, 

모두가 들어가서 투표할 수 있는 투표소 규격을 제안하고 만들어내는 것,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마땅히 누릴 권리를 실현하기 어려운 이를 적극적으로 우대하는 것, 

모든 인간이 가진 “당연한 권리”에 대해 의심을 거두고 접근할 수 있도록 연대하는 것이 실질적인 평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무엇이 그들이 불가능하도록 내버려 두는가, 무엇이 그들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이어져야 하며,  

내가 당연히 누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인정 투쟁임을 알고 연대할 때 우리 안의 평등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각, 감정, 의견을 전달할 권리가 있다. 

그가 구사하는 의사소통의 방법이 어떤 것이든, 그의 의사소통 능력의 정도가 어떠하든 그 권리는 본질적인 것이며, 능력의 차이가 권리의 박탈로 이어지는 현실을 우리는 매일 감각해야 한다. 권리의 박탈은 불행이 아니며 명백한 불평등이다. 불평등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선량한 차별주의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고 존엄하게 사는 매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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