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 사이트맵

본문 바로가기
정보공유
복지관자료실 목록
복지관자료실
목록
[경향신문] 복면가왕의 미학
15-07-22 20:12 1,534회 0건

복면가왕의 미학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반격이 시작된 듯하다. MBC TV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을 단순한 미스터리 음악쇼나 진짜 음악대결이라 보기만은 어렵다. 그 이유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겉으로 보이는 외모에 치중하여,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았나하는 사실을 시청자들 스스로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지 않는 시각 중심의 생활환경에서 살고 있다. 키가 커야 루저가 안되고, 얼굴이 예뻐야 호감을 갖는 저급한 미(美)를 맹신하였다. 이런 사회현상은 한국을 ‘성형천국’으로 만들었고, 실력보다는 배경으로 군림하는 불평등함, 그리하여 정의롭지 못한 사회, 겉모습만 화려한 사회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즈음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불러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다운 가수를 뽑는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은 시청자들에게 노래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는 것이란 본질을 일깨워주었다. 그동안 가수들은 노래보다는 ‘쭉쭉빵빵한’ 외모와 현란한 춤으로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가수의 이름 앞에 붙은 인기로 무조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는 체면 상태에 빠지게 하였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체 노래를 듣자 사람들은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주는 기쁨에 흠뻑 빠져 제대로 음악을 즐기고 있다. 이제야 가창력 있는 가수의 진가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가수가 복면을 벗었을 때, 전혀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면 현장에 있는 판정단은 물론 시청자들은 환호하면서도, 허탈해한다. 그 허탈감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편견이란 고질병이다.

얼마 전 <복면가왕>에 ‘퉁키’라 불리는 복면 가수가 출연했다. 퉁키는 가창력은 좀 부족한 듯해도 노래에 젖어들게 하는 필(맛)이 일품이었다. 아마도 가면 속에서 노래를 하는 퉁키는 바람에도 걸리지 않을 것 같은 방랑의 자유인, ‘보헤미안’ 같은 인물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다. 그런데 복면을 벗은 그는 그 정반대의 콘셉트를 가진 ‘컬투’의 개그맨 김태균이었다.

가면을 벗고 이어지는 노래에서는 방랑과 우수가 빠졌고, 양털같이 부드러운 느낌 대신 평소 김태균이 보여주었던 끈적거리는 느끼함이 전해졌다. 노래의 맛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갖고 있는 그 몹쓸 ‘편견’이다. 명문대학 출신과 대기업 직원이면 무조건 인정을 받고, 외모가 받쳐줘야 실력이 돋보였던 것은 우리의 ‘선입견’이자 잘못된 판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냉혹한 차별을 받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작가가 장애인인 것을 알고 작품을 보면 감동은 받지만, 작품에 대한 평가는 낮다. 이처럼 외모가 주는 편견 때문에 장애인들은 아예 경쟁의 무대에조차 서지 못하고 있다.

< 복면가왕>이 보여준 ‘편견의 실체’를 유희로만 즐길 것이 아니라 ‘편견’을 버리려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편견은 감정적 차별이다. 감정 때문에 차별을 하는 것은 죄악이다. 그런데 우리는 차별을 당연하다는 듯이 방임하고 동조하여 감정적 차별을 넘어 행위적 차별로까지 장애인을 비롯한 약자를 배제시킨다. 결국 이 같은 생각과 행동들이 우리 사회에 불평등을 만들어 낸다.

인류 최초로 <예술개론>을 쓴 아테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어떤 것이 아름다운지 비교하며 고르는 것은 ‘미’가 아니고,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추구하는 ‘숭고미’가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갈파하였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외모가 주는 편견이 아니라 가면 속의 목소리만으로 진정한 가왕을 가려내는 <복면가왕>처럼 우리 사회도 그 사람의 외형이 보여주는 ‘이미지’와 ‘편견’을 버리고, 참 실력자에게 아낌없는 지지의 환호를 보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으면 한다.


방귀희 | 솟대문학 발행인  /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 운영위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Fixed headers - fullPage.js
Fax. 02-3667-0877
주소 우 07254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22 | Email ydpwelfare@hanmail.net
Copyright©서울특별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 All right reserved. Designed by M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