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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시설에서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장애여성들
 (1.♡.163.86) 19-04-11 03:54 257회 0건
거주시설에서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장애여성들
420공투단, 여성으로서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삶 증언대회 열어
“시설은 보호를 앞세워 신체적 자유와 성적 자유마저 침해할 수 있어…” 시설폐쇄법 촉구
등록일 [ 2019년04월11일 17시35분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삶 증언대회 ‘그곳에 사람이 있다’를 5일 서울시청 바스락홀에서 열고 시설폐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한 증언자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삶을 증언하는 자리에서 장애여성들이 나와 여성으로서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시설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지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이 5일 서울시청바스락홀에서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삶 증언대회 ‘그곳에 사람이 있다’를 열고 시설폐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 여전히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갇혀 지내는 사람들 많아… 당사자 목소리 귀 기울여야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발표한 ‘2018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국 장애인거주시설이 1,517개가 있으며 30,693명의 거주인이 지내고 있다. 그중 30명 이상 수용하는 대형시설은 319개에 달한다. 전체 시설거주인 가운데 절반 이상인 19,140명이 대형시설에 있다.

 

420공투단은 “장애인거주시설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을 보호하고 돌본다는 명목으로 사회로부터 이들을 격리해 집단수용했다. 그 안에 사는 장애인은 누군가 봉사해야 할 ‘대상’이 되어왔다”라고 말하며, “우리 사회는 이제 그 시설의 존재에 대해 그곳에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야 한다”고 증언대회를 개최한 배경에 대해 소개했다. 

 

- 시설은 한 개인의 인격과 개성은 물론, 기본적인 신체적 자유와 성적 자유마저도 침해할 수 있어

 

특히, 이번 탈시설 증언대회는 증언자가 모두 여성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장애인이 시설 안에서 어떤 위치에 놓였는지뿐 아니라 장애여성으로서 어떻게 성폭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김순애 씨(37세, 지체장애)는 시설에서 성추행을 당해 몸부림친 경험에 대해 어렵게 증언했다. 김 씨는 “저는 종교가 없지만, 교회를 운영하던 곳이라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곳에서는 예배가 끝나면 ‘사랑합시다’라고 말하면서 악수를 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제가 시설에 들어가고 나서 석 달 동안은 순수하게 악수만 하다가, 그 뒤로 원장목사님이 딱 돌변했어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저는 근육이 점점 약해져 가는 근육병을 가지고 있어요. 그때는 혼자 걸을 수 있었는데 어느 날 원장목사님이 예배를 마치고 ‘사랑합시다’라면서 갑자기 뽀뽀했어요. 아빠도 제게 뽀뽀하지 않아요. 그런데 낯선 사람이 뽀뽀하니까 열이 확 치받더라고요. 일부러 주저앉아서 막으려 했는데도 나를 앉지 못하게 잡았어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다음날 다른 목사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며 항의했다. 원장목사는 김 씨에게 찾아와, 되려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너를 딸처럼 생각해서 그랬다”라며 적반하장을 보였다. 그 뒤로 김 씨는 시설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시설에서 23년간 살다 나온 김희선 씨(43세, 뇌병변장애)는 성추행을 넘어 성폭행을 목격한 일에 대해 증언했다. “남자 목사님이 여자 3명을 성폭행했어요. 목사님이 1층에 사는 언니들에게 밤에 2층으로 오라고 불러요. 그리고선 자기를 만지게 시켜요. 언젠가 제가 A 언니에게 가지 말라고, 그만 멈추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 언니는 ‘안 돼, 갈 거야’라며 뿌리치고 갔습니다. 가지 않으면 혼나니까. 언니는 갔다 오면 아무 말 하지 않아요. 자립한 지금도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B 언니는 원래 정신병이 없었는데 그거 때문에 심해져서 지금은 정신병원으로 갔어요. 어디 병원인지는 몰라요”

 

420공투단 측은 “이처럼 시설은 한 개인의 인격과 개성은 물론, 기본적인 신체적 자유와 성적 자유마저도 침해할 수 있다”라며 “이는 많은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규율을 만들고, 그 권한을 가진 사람이 시설 거주 장애인의 일상을 통제해왔기 때문이다. 이 놀라운 구조를 지탱하는 양 기둥에는 늘 ‘안전’과 ‘보호’라는 명분이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 작은 시설에서 착한 종사자만 있으면 괜찮을까? “그룹홈도 결국 시설일뿐”

 

현재 정부는 탈시설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의 정원이 30명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규모화 정책을 펴거나, 장애인이 사회에서 자립할 때까지 소규모 시설에서 공동 생활하는 가정인 그룹홈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이봄 씨가 시설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
 

하지만 이봄 씨(29세, 뇌병변장애)는 “그룹홈도 결국 시설”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이 씨는 시설에 다섯 살에 입소해 열두 살에 장애가 덜하다는 이유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그룹홈으로 옮겨가 17년을 살았다. 이 씨가 옮겨간 그룹홈은 당시 1개당 5명이 생활했고, 나중에는 줄어서 4명이 살았다. 선생님 한 명이 거주인 4명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 씨는 휠체어를 탄 자신을 빼고 모두 걸어 다닐 수 있는 지적장애인뿐이어서 프로그램에서 배제될 때가 많았다. 그는 “여행 갈 때는 사전 조사를 하지 않은 탓에 계단이 있는 곳에서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어요. 선생님은 제게 ‘너만 휠체어를 타니까 이해해라. 너 때문에 우리가 여행을 망칠 수 없으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라면서 자기들끼리 갔어요. 여행에서 제 의견을 물어보는 일은 없었어요. 차라리 여행에서 빠지고 싶었지만, 그룹홈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억지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라고 말하며 서글픈 마음을 쏟아냈다.

 

자신이 번 돈이어도 그 돈이나 통장관리는 그룹홈 선생님이 관리했다. 이 씨는 “만 원, 몇천 원 쓰려고 해도 결재를 받아야 했어요. 시설이다 보니까 위에서부터 허락을 단계적으로 거쳐야 했어요. 하지만 ‘이건 필요 없으니까 사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거절당하기도 했어요. 내 돈인데 내 맘대로 쓰지 못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라며 당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 시설에서 나올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자유’

 

자립한 지 6년째 되어가는 고숙희 씨(27세, 뇌병변장애)는 시설 바깥으로 나와 먹고 싶을 때 먹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경험한 하루하루에 대해 소개했다. 고 씨는 “시설에서 나와서 제일 좋았던 것은 제가 먹고 싶은 거 사다가 먹는 게 좋았어요. 처음 나온 날엔 밥이랑 김, 김치만 먹었는데도 너무 좋았어요. 내가 먹고 싶은 시간에 먹었으니까… 사진 찍어서 친구에게 자랑했어요”라고 말했다.

 

고 씨 집에는 갑티슈가 한가득 쌓여있다. 시설에 있을 때는 갑티슈를 직원들만 쓸 수 있었다. 고 씨는 “12살쯤에 갑티슈가 너무 궁금해서 한장 뽑아 쓰다가 걸려서 맞고 종일 손 들고 벌섰던 게 아직도 너무 억울해요. 그래서 지금은 집에 항상 갑티슈를 몇 박스씩 쌓아놓고 마음껏 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시설에서 나올 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자유였다”라고 말하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2부에서는 당사자 증언을 토대로 시설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장혜영 감독,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유해정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사진 박승원

- 거주시설 없는 스웨덴, 국가 의지 중요해 우리나라도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법 제정해야

 

2부에서는 이들 증언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의 장혜영 감독과 유해정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그리고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탈시설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이고 어떻게 돌파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조아라 활동가는 “이제야 겨우 탈시설이 국정과제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시설을 좋게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언론에서 문제 삼는 시설은 대형시설에서 일어나는 문제고 일부 나쁜 사람들이 저지른 것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조 활동가는 “앞서 이봄 씨가 소규모 시설인 그룹홈에서 부당하게 인권과 자유를 침해당한 일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작은 시설에서 착한 종사자가 있으면 괜찮다’라고 여기며 시설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관점이 탈시설에 큰 걸림돌이 된다”라고 꼬집었다.

 

유해정 연구활동가도 “아무리 작은 시설도 문제시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라고 되짚었다. 유 연구활동가는 “안전을 명분으로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고 통제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를 깨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시설이 있어 물의를 빚는 게 아니라 시설 자체가 문젯거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위험에 노출되어 사는 것은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엎어지고 넘어지고 다치고 위험한 것은 모두 매한가지다. 예를 들어 돈 쓸 때 경험으로 당해보니까 앞으로 그러면 안 되겠다고 깨달을 수 있다”라면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실패할 기회를 박탈하고 시설에 가두는 발상 자체가 시설을 양산하려는 사람의 의도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장혜영 감독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한때 시설이 있었지만, 시설을 없애기 위해 어떤 과정을 이행했는가를 보면 명확히 국가 의지가 작용한 경우를 보는 것 같다”라며 스웨덴을 예로 들었다. 

 

장 감독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스웨덴 역시 시설만이 장애인 정책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나라였다. 하지만 1997년 시설폐쇄법을 제정하고, 시설폐쇄법에 의해 1999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모든 시설을 폐쇄했다”라며 “우리 420공투단도 그런 형태의 시설 폐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조아라 활동가는 “한국은 공지영의 장편소설 ‘도가니’로 2005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이 화제가 되었지만, 이후에도 계속 시설에서 인권침해 비리 횡령이 일어났다”라며 “조사를 했는데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시설을 폐쇄하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너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조 활동가는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탈시설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시설 안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는가부터 출발했기 때문”이라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목도한 시설에서의 삶을 더는 눈감지 말고 모두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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