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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직원들 덕분에 회사가 성장하죠”
 (1.♡.163.86) 19-07-24 22:05 256회 0건

“장애인 직원들 덕분에 회사가 성장하죠” 장애인 53명이 함께 일하는 직장, 태건비에프 김만석 대표
  • 이영아 발행인
  • 승인 2019.07.24 18:13
  • 호수 0
  • 댓글 1

장애 없는 작업장 인증, 기숙과 식사, 진료지원까지 '장애인에게 더 행복한 일터'
공사현장 임시전기시설 제조, 국내 독보적인 제품 생산하는 우량 중소기업 

 

김만석 대표에게 직원은 애틋한 가족이다. 생산품을 확인하며 활짝 웃는 김만석 대표.

[고양신문]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어느 것도 자랑하거나 내세우기 싫어했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짧았다. 장애인 고용에 대해 몇 가지만 이야기 해달라고 부탁하고 겨우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김만석 대표는 정이 많은 기업인이다. 타인의 아픔을 보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아파한다. 중견 기업의 경영자에 위치에 올랐지만 언제 어디서든 눈물을 쏟아낼 줄 아는 심성을 곱게 간직하고 있었다. 인터뷰 중에도 눈물을 몇 번 훔쳤다.

태건비에프는 지난해 새 사옥을 지었다. 운동장처럼 넓고 깨끗한 생산라인에서는 장애인 53명이 일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김만석 회장이 한번 쓱 지나가니 여기저기 소란해진다. 어떤 청년은 멀리서 달려와 하이파이브를 청하고, 어떤 청년은 큰소리로 외친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일에 열중하는 청년들도 보인다. 작업장은 다른 어느 현장보다 집중력이 있어 보였고, 활기찼고 자유로웠다.

김만석 대표에게 직원은 가족이다. 그래서 직원을 챙기는 일은 직원의 건강은 물론 직원 가족까지 챙기는 일이 된다. 특히 장애가 있는 직원들의 가족은 더 애틋하게 챙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친구들이 일을 너무 성실하게 잘 해줘서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단다. 태건비에프는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장애인이고, 지금도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장애인은 전혀 차별받지 않으며, 모든 공간과 시스템은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운영한다.

이가 아프면 치과 치료를 지원하고, 통근이 어려우면 기숙사에서 살 수 있다. 하루 세 끼를 모두 회사에서 먹을 수 있고, 맛집을 찾아 단체 회식을 즐기는 일은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기숙사는 신혼집처럼 좋았고, 운동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충분했다. 식단은 고급 식당이 부럽지 않았다. 장애인들에게는 최고로 행복한 일터였다.

회사 곳곳에는 성경 구절이 적혀있었다.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성경말씀대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김만석 대표에게 종교는 곧 실천이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듣고 싶다.

10시 안팎으로 자면 2시에서 3시 사이에 일어난다. 중요한 업무가 있으면 처리하고 나머지 시간은 세무나 노무 관련 책과 자료를 읽는다. 물론 담당자가 있지만 경영자가 직접 알아야 꼼꼼히 챙길 수 있다. 마음고생 한번 한 이후에는 무턱대고 맡기지 않게 됐다. 5시30분경엔 집 근처에서 헬스와 사우나를 하고 7시쯤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출근한다. 이른 아침 시간에 중요한 업무를 처리해야 회사에 나와 다른 것들을 챙길 수 있다. 저녁 약속이 없을 때는 일찍 퇴근한다.

--장애인을 언제부터 고용하게 됐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사업을 시작할 때 첫 제품을 만든 곳이 장애인 아파트 인근이었다. 장애인들을 가까이 보며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무렵 버스 안에서 교인들이 성경 말씀이 적힌 홍보물을 돌리는 것을 받아본 적이 있다. 내용이 마음에 깊이 와닿아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교회는 다니지 않았지만. 장애인과 과부 가난한 이웃을 도우라는 성경 말씀이 마치 내 삶에 대한 나침반처럼 다가왔다. 처음엔 3명을 고용해 일했는데, 생각외로 일을 성실하게 잘했다. 그 뒤로는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게 됐다. 성경 말씀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아주 성실하게 일을 잘 한다는 거였다.

--장애인이 생산라인에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장애가 있는 직원들이 속을 썩인 적은 거의 없었다. 물론 처음 일할 때는 의사소통이 안 되거나 업무가 익숙지 않아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이는 별로 힘이 안 든다. 장애인의 경우 한번 일이 익숙해지면 정말 성실하게 일한다. 생산한 제품도 일반인이 생산한 제품보다 낫다. 집중력이 좋고 꼼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반 직원들이 말도 없이 툭 그만두거나 업무를 펑크내거나 한다. 회사를 경영하며 가장 큰 고민은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장애인을 더 늘리고 비장애인은 오래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다.

--장애인들이 전기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현장에 많이 근무하는데 사고가 나거나 다친 적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생산라인을 만들 때 아예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난해 이전한 신축건물은 장애인안전작업장 인증도 받았다. 공사비도 많이 들고 아주 까다로운 인증이다. 전기를 직접 연결해보거나 시험하는 일 등 조금 위험한 일은 비장애인들이 맡는다. 엘리베이터부터 화장실 구조까지 태건의 모든 공간은 장애인 중심이다.

--장애가 있는 직원들을 관리할 때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다.

장애인 직원들을 관리하는 직원이 한 분 계신데 아주 쾌활하고 적극적이다. 직원 한명 한명을 잘 파악하고 존중해주며 업무도 상세하게 잘 알려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무는 중간 역할을 아주 잘 하고 있다. 장애인 직원 중에는 처음엔 아예 말도 안 하고 쌀쌀맞게 하는 직원도 있는데 한두 달, 길면 6개월이면 친해진다. 친해지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되고 편해진다. 큰 고비를 넘긴 거다.

한 직원은 만날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청한다. 김만석 대표는 하루 열번이라도 반갑게 손을 마주잡아준다. 환하게, 반갑게 웃는 모습을 보면 고민과 낙심이 사라진다고 한다.

--어떤 직원은 대표님을 볼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하더라. 하루 종일 그럴 때도 있을 텐데, 좀 힘들 때도 있을 것 같다.

하루에 몇 번이든 볼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한다. 어쩌다 못 보고 지나치면 따라와서 하고 간다. 전혀 힘들지 않다. 다른 일 때문에 울적하다가도 그 친구를 만나 손을 부딪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얼마나 반갑게 웃어주는지 그 마음은 나만 아는 것 같다. 일상 중 가장 행복한 때이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며 함께 차별받을 때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때인가.

직원들과 함께 단체로 맛집도 가고 호텔도 가고 여행도 가는데, 갈 때마다 장애인들과 같이 있기 싫다며 민원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때는 공항호텔에 전체 직원이 하룻밤 묵고 호텔 조식을 먹는데, 손님들이 장애인들과 같이 먹기 싫다고 민원을 냈다며 나가달라고 하더라. 싸울 수도 없어서 대충 마무리 하고 나온 적이 있다. 어차피 똑같은 돈 내는데 장애인이라고 차별할 때면 정말 사람이 싫어진다. 그럴 때 내가 제일 배타적이 되고 마음을 닫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때는 아주 최고급 횟집을 통째로 빌려 맘놓고 회식을 할 때도 있다.

--일을 하며 가장 신날 때는 언제인가.

내가 원하는 제품이 생각한대로 잘 나왔을 때다. 머릿속에서 상상한 물건이 실제 제품으로 나오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특히 금형을 잘 짜고 사출과정을 잘 거쳐야 하는데 딱 마음에 들게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 어쩌다 한번에 맘에 드는 제품이 나오면 날아갈 둣이 기쁘다. 한가지 제품을 새로 개발할 땐 24시간 제품 생각이다. 꿈을 꿔도 전기 연결하는 꿈을 꾼다.

--생산하는 제품이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라고 들었다. 주요 거래처도 삼성 GS 롯데 현대 등 건설 관련 대기업들이더라.

나는 전기관련 제품을 평생 취급했다. 특히 공사현장에 납품하는 임시가전시설에 관한 분야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남들에게 안 보이는 게 내겐 보인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요구를 잘 듣고 반영하는 것도 큰 경쟁력이다. 현장의 요구는 무조건 1순위로 제품에 반영한다. 문제가 있는데 변명하거나 합리화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현장에서는 우리 태건이 최고라고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제품을 직접 구상하고 개발한다. 아무도 만들지 않은 제품이니 누구라도 살 수 밖에 없다. 대기업 거래는 벌써 수십 년째이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듣고 싶다.

청계천 전자부품 상가단지에서 일을 배웠다. 전자부품 시장의 이모저모를 익혔고, 영업도 경험했다. 청년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었는데 기억해야 할 문장이 있으면 항상 수첩에 메모했다. 25살이 되던 해 같이 일하던 상사가 나를 데리고 나가 내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냈다. 그 상사는 얼마 못 가서 다른 일을 시작하고 나는 어쨌든 사장이 됐고 사업체를 꾸려나가야 했다. 전기자재 도소매사업이었다. 막상 사장이 되어 시장에 들어가 보니 블루오션이 보이더라. 처음엔 유통만 했는데 나도 내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욕구가 생겼다. 영업을 위해 공사현장에 직접 다녀보면 현장에 필요한 전기시설이 너무 열악했다. 조금만 더 잘 만들어 공급하면 팔리겠다 싶어서 공사현장에서 쓰는 가설전기 임시수전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보통 아파트 현장이 1년 6개월 정도 유지되는데, 그 기간에 사용하는 임시전기공급 시설이었다.

--사업이 성장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청계천 전자부품 상가단지에서 일할 때 인연이 돼서 삼성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주로 대기업들과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다. 특히 삼성건설 이 부장님 등 여러분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를 전폭적으로 신뢰해주었고, 무슨 일이든 지지지해줬다. 내 사업의 은인들이었다. 당시 삼성건설 현장이 일본에도 있었는데 그 현장이 너무 가보고 싶었다. 벼르고 벼르다 기회가 생겨서 일본 현장에 갈 수 있었다. 충격이 너무 커서 3일 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상품도 납품방식도 상상하지 못했던 거였다. 단순한 예를 들면 상품을 납품하는 사람은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와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일찍 왔다고 바로 납품하는 것이 아니었다. 밖에서 기다리다 정해진 약속시간에 물건을 입고시켰다. 약속시간과 관계없이 일찍 오거나 늦게 오거나 공급자 마음대로인 우리랑 너무 다른 문화였다. 임시전기시설이었지만 판매가 아니라 임대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도 충격이었다. 공사기간에 쓰고 다시 반환하면 다시 재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이용료도 저렴하고 뒤처리도 간편하니 어느 현장이든 임대를 선호했다. 철저히 소비자 위주였다. 젊은 시절 일본의 공사현장을 벤치마킹 한 일이 사업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

--운도 따랐나.

물론 운도 따랐다. 일본에서 배운 몇 가지를 적용해 제조업을 막 시작했을 때 구포 열차사고가 났다. 삼성건설 공사현장이었다. 국내 건설업계엔 비상이&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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