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프리즘]「겨울왕국 2」를 차별 없이 보고 싶은 사람들
요즘 영화 <겨울왕국 2>가 인기다. 농인(소리를 거의 또는 완전히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인 엄마 현지씨는 어린 딸의 성화에 <겨울왕국 2>를 보러가려고 했으나 가지 못했다. 어린 딸은 자막을 빨리 읽지 못해 대사가 더빙된 영화를 보아야 하고, 현지씨는 더빙된 소리를 듣지 못해 자막이 제공되는 영화를 봐야 하는데, 모녀가 같이 볼 수 있도록 더빙과 자막이 함께 제공되는 영화는 없었다.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은 대사나 음향효과가 자막으로 제공돼야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은 화면 속 인물의 움직임과 상황을 설명해주는 화면해설이 제공되어야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제공되어 시각·청각장애인도 불편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배리어프리 영화’라고 한다. 배리어프리 영화의 상영 방식은 개방형과 폐쇄형이 있다. 개방형은 대형스크린에 자막이 뜨고, 대형스피커에서 화면해설이 나오는 방식이다. 폐쇄형은 필요한 사람만 개별 단말기나 스마트안경을 통해서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대형극장들이 폐쇄형 기기를 제공하고 있다. 개방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되지 않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폐쇄형은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꼭 필요한 사람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개방형 방식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그것도 일부 한국영화에 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돈으로 자막과 화면해설이 만들어지고, 극장의 일부 지점에서만 한 달에 2~3번(주로 평일) 이벤트로 상영된다. 따라서 시각·청각장애인은 극장도, 장소도, 시간도 선택할 수 없다. 비장애인 가족, 친구들과 같이 영화를 보러갈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극장들은 특별히 장애인의 입장을 거부하지 않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겉으로는 차별이 없어 보여도,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 결과적으로 장애인이 배제되는 경우를 차별이라고 하고(이를 간접차별이라고 한다),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차별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형극장 체인 운영업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상영관이 어려운 기술을 새로 개발해야 하는 것도, 과도하게 비용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
시각·청각장애인들은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 대형극장 체인 운영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피고들이 항소해 4년 가까이 소송을 하고 있다.
요즘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극장 관객이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약 60만 명의 시각·청각장애인, 약 230만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자막과 화면해설이 다양한 언어로 제공된다면 그들은 새로운 관객이 될 것이다. 극장이 이 문제를 더 이상 장애인을 위한 시혜적인 접근이 아니라 관객을 확대하려는 현명한 투자로 접근하기를 기대해본다.
<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시각·청각장애인들이 12월 9일 서울 강남구 이봄씨어터에서 서울고등법원 장애인 영화관람 관련 재판 현장검증에 앞서 영화관람 보조시스템 기기를 착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은 대사나 음향효과가 자막으로 제공돼야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은 화면 속 인물의 움직임과 상황을 설명해주는 화면해설이 제공되어야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제공되어 시각·청각장애인도 불편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배리어프리 영화’라고 한다. 배리어프리 영화의 상영 방식은 개방형과 폐쇄형이 있다. 개방형은 대형스크린에 자막이 뜨고, 대형스피커에서 화면해설이 나오는 방식이다. 폐쇄형은 필요한 사람만 개별 단말기나 스마트안경을 통해서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대형극장들이 폐쇄형 기기를 제공하고 있다. 개방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되지 않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폐쇄형은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꼭 필요한 사람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개방형 방식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그것도 일부 한국영화에 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돈으로 자막과 화면해설이 만들어지고, 극장의 일부 지점에서만 한 달에 2~3번(주로 평일) 이벤트로 상영된다. 따라서 시각·청각장애인은 극장도, 장소도, 시간도 선택할 수 없다. 비장애인 가족, 친구들과 같이 영화를 보러갈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극장들은 특별히 장애인의 입장을 거부하지 않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겉으로는 차별이 없어 보여도,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 결과적으로 장애인이 배제되는 경우를 차별이라고 하고(이를 간접차별이라고 한다),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차별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형극장 체인 운영업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상영관이 어려운 기술을 새로 개발해야 하는 것도, 과도하게 비용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
시각·청각장애인들은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 대형극장 체인 운영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피고들이 항소해 4년 가까이 소송을 하고 있다.
요즘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극장 관객이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약 60만 명의 시각·청각장애인, 약 230만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자막과 화면해설이 다양한 언어로 제공된다면 그들은 새로운 관객이 될 것이다. 극장이 이 문제를 더 이상 장애인을 위한 시혜적인 접근이 아니라 관객을 확대하려는 현명한 투자로 접근하기를 기대해본다.
<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912161510071&pt=nv#csidx87a75d72691396e8f65575c877b0ca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