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이 아닌 진심이 있는 의료복지 협동조합
일반 기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기업이 있습니다. 나 혼자 잘사는 세상보다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지역을 살리고, 이웃을 돌아봅니다. 바로,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사회적경제기업입니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서울시가 선정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을 방문하고 소개하는 기사 연재를 시작합니다. 시민기자가 직접 찾아가 가까이서 보고 들은 그들의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
사회적경제 우수기업탐방(18) 지역공동체 의료복지를 구현하는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올봄 서울 보라매공원에서는 지역주민을 위한 건강강좌가 열려 인근 주민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 냈다. 주민들에게 바르게 걷는 법을 알려주고 혈압측정, 체질량 검사도 해주었던 이 무료 건강강좌의 이름은 ‘백세건강 프로젝트’. 그런데 보라매공원과 협약을 맺고 이 건강강좌를 개최한 주체는 병원도 보건소도 아닌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었다. 지역주민들이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직접 나선 이곳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모태는 2001년 의료생활협동조합으로 시작된다. 이후 조합원들의 출자금과 증자를 통해 우리네 한의원과 우리네 치과의원, 우리네노인복지센터를 차례로 개원했다. 그리고 2008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아 2013년 마침내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서로 이마를 맞대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역주민들과 의료진의 동참을 이끌어낸 것이다. 주민이 주인이 되고, 주민이 운영하면서 ‘수익’보다 ‘건강’을 우선으로 하는 우리 동네 건강 주치의를 탄생시킨 것이다.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 들어서니 조합에서 진행한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과 소모임 활동사진들로 빼곡하다. 건물 3층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건강 증진을 위한 강좌와 예방진료, 다양한 소모임 활동 등이 이뤄지고 있다. 조합원을 위한 공지사항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해 더욱 눈길을 끈다.
작년 3월, 서울시 우수사회적 기업에 선정 되면서 3층의 사무실과 식당을 리모델링했다. 특히 사무실 중 일부는 주민들이 다양한 소모임을 할 수 있는 건강문화센터로 꾸며졌다. 캐리커처, 천연비누 만들기, 어린이 발레단, 중국어 교실, 반찬 만들기 등 10여 가지 소모임이 진행되는 이곳은 주민들로 늘 북적인다. 아이들이 발레를 배우는 동안 할 일 없이 기다렸던 엄마들이 그 시간 동안 반찬을 맛있게 만들어 보자는 뜻에서 뭉쳤다는 ‘반찬만들기 소모임’처럼 지역주민들의 뜻을 반영한 소모임들이 주를 이룬다. 생활 속 법률상식과 보건강좌, 역사세미나, 심폐소생술 등 알아두면 도움이 될 단기 강좌도 수시로 열린다. 봄에 열렸던 대의원총회에는 70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신설프로그램인 ‘우리 동네 바로알기’는 마을해설사와 함께 동네를 걸으며 마을의 이모저모에 대한 얘기를 듣는 시간이다. 4월 영등포구를 시작으로 6월에 금천구, 8월에 동작구, 9월 관악구 순으로 이어진다. 빔프로젝트를 갖춘 식당은 주민들의 사랑방이 된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저녁 시간이면 음향장비까지 갖춘 영화관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감자와 옥수수 같은 간식거리를 나누며 영화를 본 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조합원 방문객들은 점심 한 끼를 조합 식당 ‘요기’에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2천원의 식사비를 모았다가 연말 복지사각지대 이웃에 전액 기부한다. 현재 소모임 활동은 협동조합 내에서 조합원들이 취미활동을 함께 하며 친목을 도모한다는 것 외에도 지역 공동체의 소통 장소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료 요양시설인 한의원과 치과, 노인복지센터는 이 조합의 핵심 사업이다. 우리네 한의원과 우리네 노인복지센터는 같은 건물에 있고 우리네 치과의원은 조금 떨어진 인근에 자리 잡았다. 병을 치료하는 병원을 갈 때면 ‘과연 내 몸을 맡길 만한 믿음직한 곳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그래서인지, 치과나 한의원은 입소문이 난 곳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료협동조합 정미숙 사무국장은 “그런 생각들을 반영한 까닭인지 이곳 한의원과 치과 대기실은 항시 손님으로 꽉 차 있을 때가 많다”면서 “특히 ‘우리네 한의원에서 난생 처음으로 약 한 첩 지어 먹으며 흐뭇해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더욱 일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우리네 한의원에서는 값비싼 보약 대신 생활습관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실천하도록 알려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또, 우리네 치과의원에서는 지역 주민을 위한 건강강좌도 수시로 열고 있다.
“제대로 된 칫솔질 교육을 이곳에 와서야 배웠어요. 물론 보건소에서도 칫솔질 교육을 하지만 아이들 데리고 가기가 번거로웠거든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주부 이희영씨는 “예전에는 치과가기가 겁이 났었는데 꼭 치과진료를 받지 않더라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치아 상태에 대한 문의를 하기위해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치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면서 활짝 웃었다.
또, 우리네 노인복지센터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 1, 2, 3등급의 판정을 받은 어르신이나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의 방문요양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과, 한의원, 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의료진과 조합원간의 신뢰감이 형성돼 건강상담에도 용이하다”면서 “경제적 사정으로 인한 아픔까지도 의료진이 이해하게 돼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모든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두고 있다. 협동조합의 설립취지에 동의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가입원서를 작성하고 출자금 5만 원(5구좌 기준. 1구좌에 1만 원) 이상과 가입비 1000원을 납부하면 조합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조합원으로 등록하면 우리네 치과와 우리네 한의원, 우리네 노인복지센터는 물론 그 외 건강문화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조합원 가족(등본상의 가구원)은 조합원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거주지가 영등포구가 아닌 다른 지역 주민도 이용 가능하다.
겹치는 검사와 불필요한 수술, 지나친 항생제 남용까지…병원을 이용하며 한 두 번은 생각해 봤을 걱정거리다. 진료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의사에게 듣고 싶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의료서비스의 질은 높이고, 환자에게 문턱을 낮춘 병원이 어디 없을까 하고 걱정하던 차에 이 같은 의료협동조합이 있다는 것은 무척 반갑다. 취재를 통해 의료복지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했다. 내게도, 우리 동네에도 믿을만한 주치의가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서울특별시 / http://mediahub.seoul.go.kr/archives/896123
■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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