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장애인 담론에서 ‘우리’가 되지 못한 ‘그들’에 대한 이야기
- 기자명기고/정다솔
- 입력 2023.06.29 14:18
- 수정 2023.06.29 14:19
“우리는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
언뜻 보기엔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해 보이는 표현이다. 이러한 당연함과 친숙함은 우리 스스로 장애인에 대한 담론에 있어 얼마나 큰 장벽 안에 생각을 한정시켜 왔는지를 증명한다.
장애인을 ‘우리’가 아닌 ‘그들’로 인식하고, ‘우리’가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이분법적 표현은 장애인 배제에 관한 문제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한다. 말은 생각을 그대로 담아내는 투명한 창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점차 나아진다고 할 수 있을지라도 장애인과의 사회협력체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적극적 차원에서의 담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장애인을 잘 돕는 사회에서 더 나아가 장애인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기엔 역부족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현재 사회에서 나타나는 장애인 배제에 대한 문제점은 사회의 여러 측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장애아동 교육권 문제, 장애인 고용 문제의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먼저 장애아동의 교육권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로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한 사안을 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타난 주민들과 장애아동 부모들 간의 의견 대립은 장애인에 대한 오늘날 사회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수학교 설립은 찬성하지만 우리 동네는 안된다는 주민들의 주장에서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인식하는 님비현상의 정형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토론회 당시 “여러분들은 운이 좋아서 장애아동을 키우는 마음을 절대 모르시겠지만 그렇다고 동병상련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저 부모의 입장이라면 어땠을지 입장바꿔서 생각해달라”라고 말했던 장애아동부모협회의 대표 발언은 많은 여운을 남겼다.
우리 모두는 얼마나 많은 우연성이 결정지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우연성을 당위성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는지 되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장애인 배제에 대한 문제는 장애인 교육권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현행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50인 이상 고용하고 있는 공공기관·민관기업 사업주는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곳들이 장애인 고용 의무비율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 고용 기준을 미준수하여 벌금을 내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온다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여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가 만들어낸 여러 불평등의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한 합의의 장에서 오히려 장애인이 배제되고,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장애인으로 하여금 불평등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한 일련의 문제들은 정책과 제도상의 결함이라는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도보완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을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법적 장치도 이를 집행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본래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단지 형식적 평등만을 주창하는 허울뿐인 제도로 남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장애인은 ‘우리’만의 담론에서 장애인을 그저 타자화된 대상에 한정시켜 왔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적인 현재의 장애인 담론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의 사고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을 취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이 여태껏 비장애인으로 남게 된 것이 어떠한 조건과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닌, 단지 운에 불과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필연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인식하는 것이 바로 장애인과 구분 짓기 방식으로 장애인 담론에 접근하는 현재의 문제를 넘어서 장애인과의 적극적인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지점일 것이다.
스스로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면 이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내가 같은 입장에 처한 당사자라면 현재의 법적·사회적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생각하는 태도가 현재의 장애인 담론에 있어서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제 장애인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 앞에서 공동체에 던지는 질문은 “‘우리’와 다른 ‘그들’을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두를 ‘우리’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자연적·사회적 우연성으로부터 얻게 된 혜택을 비장애인이 마땅히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연성으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한 장애인의 몫을 챙기는 것이다.
장애인을 잘 도와주는 사회를 넘어서,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도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 더 많은 장애인이 사회에 나와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건강한 사회 공동체를 구축해나가는 해결점일 것이다.
*이 글은 밀알복지재단 대학생기자단 정다솔 단원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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