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일 오후 2시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지적장애인에 대한 위법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 4년 2개월 동안 위법하게 감금당했던 지적장애인의 억울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정싸움이 시작됐다.

피고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대한민국과 지적장애인 당사자의 거주지인 통영시, 정신병원 소재지인 사천시 등 지방자치단체, 당사자가 강제 행정입원 당했던 정신병원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0일 오후 2시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분별한 강제입원의 문제점과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입원연장심사 및 퇴원심사를 고발하며 지적장애인에 대한 위법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신장애인 가두는 정신보건 철폐’ 등 피켓. ©에이블뉴스‘정신장애인 가두는 정신보건 철폐’ 등 피켓. ©에이블뉴스

연구소에 따르면 원고 50대 남성 이 모씨는 정신장애가 아닌 지적장애와 뇌전증장애를 가진 장애인이다. 그는 상속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을 겪은 끝에 2곳의 정신병원에 총 4년 2개월 동안 강제로 행정입원돼 있었다.

첫 정신병원에서는 운 좋게 장애인협회장의 도움으로 퇴원했지만 강제입원 트라우마와 가족 간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해행위를 하자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다시 한번 강제입원을 시켜 피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감금돼 있었다는 것.

이 씨는 입원 과정에서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권리 고지를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수없이 퇴원을 요구했으나 피고 정신병원은 한 차례도 퇴원 신청을 접수해 주지 않았다.

그는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6월 처음으로 퇴원심사청구를 진행했으나 유명무실한 퇴원심사 끝에 심사가 기각됐다. 이에 연구소는 공익 변호사들과 같은 해 8월 인신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피고 정신병원은 인신구제청구서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이 씨를 퇴원시켰다.

이는 이 씨가 입원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형식적인 입원 연장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연구소는 전했다.

20일 오후 2시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지적장애인에 대한 위법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법무법인 디라이트 공익인권센터 김강원 부센터장. ©에이블뉴스20일 오후 2시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지적장애인에 대한 위법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법무법인 디라이트 공익인권센터 김강원 부센터장. ©에이블뉴스

법무법인 디라이트 공익인권센터 김강원 부센터장은 “이 씨를 만나기 위해 정신병원에 찾아갔을 때 병원은 면회조차 거부했다. 정신건강복지법에는 면회 거부가 명시돼 있지 않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겨우 이 씨를 만날 수 있었고 그는 정신병원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회상했다.

사단법인 두루 한상원 변호사는 “입원과 입원연장, 퇴원을 위한 모든 행정절차에서 원고 이 씨의 지적장애를 고려한 정당한 편의는 제공되지 않았다. 오히려 제발 퇴원만 시켜달라는 절발한 호소와 몸짓은 자타의 위험성이라는 명목하에 입원연장에 악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이 씨는 공익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전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피고 정신병원에 강제로 행정입원돼 있어야 했다. 그는 입원 전에도 문제없이 생활했고, 퇴원한 지금까지도 문제없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단체와 공익변호사들이 이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평생 동안 피고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20일 오후 2시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지적장애인에 대한 위법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사단법인 두루 한상원 변호사. ©에이블뉴스20일 오후 2시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지적장애인에 대한 위법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사단법인 두루 한상원 변호사. ©에이블뉴스

한상원 변호사는 “2016년 구 정신보건법 강제입원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었으며, 정신보건법은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부 개정돼 신체구속을 수반하는 강제입원을 최후적 수단으로 상정했고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와 대면조사절차등 강제입원에 대한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규정해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법의 테두리만 바뀌었을 뿐 강제입원을 둘러싼 현실은 거의 바뀐 것이 없다. 정신과 전문의 소견만 있으면 실제 정신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 중대한 제약이 있는지, 자타의 위험성이 있는지, 입원계속의 필요성이 있는지 상세히 확인하지 않고 강제입원 시키는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동안 많은 사건을 통해 문제가 드러나 왔던 타인에 의한 보호입원제도도 아닌 국가와 지자체에 의해 체계적이고 적법하게 관리돼야할 행정입원제도 마저 이렇게 부실하게 관리된 것에는 문제가 반복돼도 책임자 추궁이 이뤄지지 못했던 과거에 그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신의료기관과 이를 관리·감독해야할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무책임하고 자의적인 강제입원제도운영을 바로잡기 위해서 강제입원에 대해 엄정한 사법적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연구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불법적인 강제입원으로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는 원고 이씨에게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보상하라고 요구하며, 보건복지부에 ▲정신병원 강제입원 방지와 입·퇴원 및 치료과정의 권리보호를 위한 입원제도 개선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구축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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