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련 종로지회의 시각장애 인공지능 활용 세미나의 의미
- 기자명칼럼니스트 서인환
- 입력 2023.07.27 09:05
- 수정 2023.07.27 11:08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 종로지회 정지훈 지회장은 실로암복지회 산하 실로암시청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그는 시각장애인으로서 평생 시청각 중복 장애인의 재활과 복지를 위해 헌신하여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 받기도 했다.
정지훈 지회장은 출마 당시 당선되면 시각장애인의 직업탐색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공약했다.
종로구는 서울맹학교가 위치한 곳으로 시각장애인 청년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시각장애인가족협회 등 시각장애인 단체들이 있다. 이 지역의 가장 현안 문제로서 시급한 것이 시각장애인의 직업재활이라는 것을 착안한 것이었다.
현재 시각장애인 청년들은 다양한 직업탐색과 능력 개발을 위해 대학에서 여러 가지 전공을 선택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의 직업적 능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늘 고심하고 있다.
안마업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일한 직업으로서 사회적으로 보장해주는 전통 직업이었으나, 이제 비시각장애인의 안마 유사업종의 진출을 막기가 어렵게 되었고, 안마 바우처나 경로당 파견안마 일자리사업으로는 안정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라나는 차세대 시각장애인 청년들에게 여러 전문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직업적 정보와 기술을 익히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현재의 보건복지부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프로그램에만 의존하기에 시각장애는 너무나 욕구가 다르고, 특수성이 있어 별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을 정지훈 지회장은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 첫 번째 행사로 오는 7월 29일 제1차 시각장애인 진로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간담회 장소는 종로구 시각장애인 쉼터(종로구 사직로 119 목천빌딩 6층)이다.
간담회에 앞서 “4차 산업시대 시각장애인 직업으로서의 인공지능 분야 전망”이란 특강을 듣기로 했다.
강사는 미국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이대회 박사다. 그는 1980년 서울맹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컴퓨터 공학 석사과정을 마친 후 언어학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쳤다. 30년 간 인공지능 분야에서 일하였는데 Quarterdeck, Caere, Nuance, Google 등 여러 회사에서 선임 인공지능 개발자로 근무했다. 현재는 Sense Talent Labs에서 수석 인공지능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미국과 화상회의 줌으로 연결하여 특강을 듣는다.
시각장애인은 직업생활에서 여러 가지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이동의 제한성과 정보접근의 제한,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제한된 노출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제한점을 고려해 보면, 산업혁명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직업 기회를 어떻게 제공했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수력과 증기를 에너지로 사용한 1차산업혁명과 석유나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한 2차 산업혁명의 경우는 아날로그 방식이었고, 정보의 비접근성으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단순 작업의 참여 기회조차 제공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전자기기 즉 컴퓨터가 등장한 3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등 획기적 기술이 응용되는 4차 산업사회에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정보의 격차를 더 크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격차를 해소할 접근성을 제공하는 기술도 포함하고 있어 디지털화와 정보 접근성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직업을 가질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4차 산업 혁명의 특징은 인터넷과 빅데이터를 연결함으로써 시각장애인도 데이터 가공이나 검색이 가능하게 되었고,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전은 시각장애로 인한 여러 가지 제한점을 보조공학으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 줄 길을 열어주고 있다.
양자(Quantum)기술은 대용량 초고속 처리를 지원하고 양자암호 통신은 새로운 디지털 사회를 구축할 것이다. 특히 양자 센싱기술은 본다는 것의 문제를 해결해 줄 기술로 기대된다. 생명공학이나 나노기술 역시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열어갈 것이고, 그 사회에서 모두가 평등한 이용이 보장될 것이다.
산업은 늘 긍적적인 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 양면이 있다. 산업의 부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부의 증가, 인간의 삶의 질의 향상과 격차, 노동시장의 축소, 불평등의 확대라는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자율운전 등 이동 장애를 최소화한다거나, 인공지능 등 인지나 지적 능력을 최대화한다거나 개인의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직업역량의 차이가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여 해결하는 세상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는 시각장애인들은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 없이 적응되고 평등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립적 직업활동을 하기 위한 태도와 자세,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경쟁적 기회에 도전하여 스스로가 그 사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롱런을 하는 자세로 고부가가치적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개인적 역량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그러한 동기부여를 스스로가 자신에게 자극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 노력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교육을 실시할 전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역량 강화와 직업적 업무처리 방법은 물론 인공지능 분야의 신직종에 종사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질 기회를 국가가 제공해야 하며, 시각장애인단체들은 그 필요성과 기대성과에 대한 설득을 해 나가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은 분명히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줄 것이다. 쉽게 이러한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시각장애인들은 아무런 신기술의 혜택도 이용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4차 산업은 비장애인에게도 생소할 수 있으나, 장애인들에게는 특히 우선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의도적으로 제공하지 않으면 인간의 감각이나 판단이 아닌 디지털 기술에 의한 새로운 삶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은 시각장애인들이 직업능력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장애인 차별이 아니라 오히려 직장의 리더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능력을 대신할 기술에 인간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이 예상된다면 그 첫째 대상이 시각장애인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과거에는 읽고 쓰고 셈하는 능력이 직업적 능력이었고, 초기 산업사회에서는 협업능력이 직업적 능력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활용능력이 직업적 능력이다. 시각장애인이 직업적 제한점을 해결하고 동등하게 경쟁하면서 직업적 재활을 이루어내는가의 문제는 지금 디지털 기술 활용과 디지털 생산능력을 익히고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과 행동을 할 수 있는가가 판가름할 것이다.
정지훈 지회장은 앞으로 이러한 준비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며, 그러한 직업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적응기술 보급을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거대한 코끼리가 떼로 몰려오고 있다. 밟혀 죽을 것인가, 등에 올라탈 것인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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