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을 되돌아보다

여러분은 학창시절, 어떤 교육을 받으셨나요? 저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친구들과 떠들고 놀고, 공부하는 등 행복한 여러 기억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중 장애와 관련된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먼저 이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장애를 가진 사촌 언니와 자주 어울렸습니다. 말이 약간 어눌하긴 했지만 저를 잘 챙겨주고 따뜻하고 정이 많았던 언니였어요. 어린 시절 언니와 어울리면서 사실 언니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한 채 그냥 즐겁게 어울려 놀았죠. 그 이후 점점 커가면서 일 년에 한두 번 언니를 만날 때도 있었지만 점점 교류가 줄어들었어요.

학교에서는 장애를 가진 친구를 실제로 만날 일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어울려 놀았던 예전과는 다르게 장애를 가진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등을 먼저 고민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쌓은 아이가 되었죠.

학창시절 동안에는 중학교에서 딱한번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특수학급에 있다가 자신이 속한 반에 몇 번 오곤 했는데, 정말 잘 웃고 주변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장애를 가진 친구를 만난 적이 드문 반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 다른 점이 눈에 띄는 그 친구와 거리를 두었고, 심지어 그 친구를 놀리고 면박을 주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이게 잘못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그 당시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더 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본 후 그 아이들이 가고 나면 그 친구에게 다가가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거나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물어보는 것밖에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방금 한 이야기는 일어나서도 안 되는 학급 내의 왕따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방관했던 저와 반 친구들의 행동을 이해받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태어나면서 장애를 가진 친구를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어느 순간 갑자기 같은 반이 되어버린 상황이 아닌, 자라나면서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이해하는 법을 습득한 아이들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은 생깁니다.

한국에서의 통합교육 실태

어린 시절 사촌 언니와의 만남과는 다르게 중학교에서 장애를 가진 친구를 갑자기 마주했을 때, 저에게 그 친구는 장애를 가진 ‘친구’이기보다는 ‘장애를 가진’ 친구로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특수교육의 흐름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장애학생이 일반 학교 학생과 함께 최대한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통합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같은 교육을 받을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양적으로 통합교육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장애 학생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지 못해 질적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선진국의 통합교육

그렇다면 주요 선진국들은 어떤 통합교육을 시행하고 있을까요? 영국은 모든 학교에 장애 학생 교육 전문가가 배치되어 있으며, 프랑스는 장애아동도 비장애아동과 함께 일반 학교에서 수업을 받도록 하는 ‘포용교육’을 목표로 개별 맞춤 프로그램이 운영돼 장애인 학교생활 도우미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독일의 경우 교실 내 모든 학생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다르다는 인식하에 수준별 학습과 맞춤형 교육 등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같은 공간에서 학습시키며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을 위한 통합교육

한국에서는 보통 통합교육이 장애학생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많이 강조되곤 하는데요. 통합교육은 사실 비장애인들에게 더 필요한 교육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디서든 장애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같은 매장에서 식사하면서까지도요.

법적으로도 장애인을 차별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통합교육을 받지 않아서 장애인을 만난 적이 드물고 장애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장애인과 서로 마주하는 과정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고, 더 멀어지고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습니다.

장애는 유전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비장애인이 어느 순간 장애인이 될 수 있으며, 장애는 그 사람을 표현하는 모든 것이 아니라 하나의 특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 이해하면서 도와가는 과정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말로만 장애친화적인 세상, 더불어 가는 세상을 만들자고 할 것이 아니라 통합교육의 체계적인 시행과 대학교 및 회사에서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질적, 양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밀알복지재단 대학생기자단 김수연 단원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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