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에 제가 ‘리얼 코로넷’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내걸고 일본 도쿄로의 2019년 이후 첫 정기휴가를 다녀오겠다는 공약을 한 바가 있었는데, 중간의 일정 조정을 거쳤지만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진짜로 일본 도쿄로 정기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코로넷’이란 태평양 전쟁 때 1946년 3월 1일 시행을 목표로 미국이 추진한 일본 본토 공격 작전 ‘다운폴 작전’의 제2부로 추진된 도쿄 상륙 작전에 붙인 미국의 작전 암호였습니다. 단지 규슈 서남부 공격 작전 제1부 ‘올림픽 작전’ 시행 약 3개월 전인 1945년 8월 15일 일제가 항복했기 때문에 실행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난 도쿄 여행과 관련하여 경험한 몇 가지 이야기를 전해드리면 이런 이야기일 것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출발 비행기에서의 일입니다.

출발할 때는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이용하여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했는데, 사전에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인 지인으로부터 좋은 자리에 대한 조언을 들었기 때문에 좌석 예약은 했었기에 셀프 체크인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시도해보니 안 되었는데, 결국 가게 된 창구에서 체크인 담당 직원이 “장지용님, 복지카드 확인하겠습니다.”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복지카드를 보여줘서 제가 맞음을 알려줬는데, 이유를 살짝 직원에게 물어보니 “장지용님은 장애인 할인 등록이 되어있어서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는 할인요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해줬습니다.

그렇게 안전하게 실물 항공권을 받게 되었고 출국 수속 등을 거쳐 정상적인 여행을 시작하여 무사히 일본 도쿄에 도착했습니다.

도쿄에 도착하면서 바라본 도쿄만을 끼고 넓게 펼쳐진 도쿄의 야경은 놀라웠습니다. 사실 저는 지난 2018년 장애청년드림팀 일정으로 영국을 방문했을 때 런던 도착 시점은 살짝 해가 지기 시작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완전한 밤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본 도쿄의 야경은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바라본 최초의 외국 도시의 야경이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는 본격적인 일정을 보낸 지난 9일의 일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도쿄 교통의 중심이라 여행자들도 많이 이용하는 도쿄 지하철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일본에서 ‘체육의 날’이라고 알려진 10월 두 번째 월요일을 일본의 공휴일로 지정했던 것과 맞물렸던 것이 있었고, 그 날은 날씨가 좋지 않게 큰비가 와서 이른바 ‘수중전’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비를 피하려고 더욱더 지하철을 이용하여 여행해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 여파로 그날은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을 때 샤워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감아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일본 도쿄 지하철의 안전문 설치 모습. ⓒ장지용일본 도쿄 지하철의 안전문 설치 모습. ⓒ장지용
일본 도쿄 시내 전철 '야마노테선' 역에 설치된 안전문 모습. 열차가 촬영 직전 출발하였다. ⓒ장지용일본 도쿄 시내 전철 '야마노테선' 역에 설치된 안전문 모습. 열차가 촬영 직전 출발하였다. ⓒ장지용
영국 런던 지하철의 모습. 안전문이 설치되어있지 않다. (2018년 촬영) ⓒ장지용영국 런던 지하철의 모습. 안전문이 설치되어있지 않다. (2018년 촬영) ⓒ장지용

도쿄 지하철에 도착해보니 도쿄 지하철도 안전문 설치가 일상화된 것을 느꼈습니다. 지난 2018년 장애청년드림팀 과정에서 겪은 영국 런던 지하철에는 아직 안전문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방문한 도쿄에는 대부분 역에 안전문이 설치되어있어서 일본의 인프라 보급은 매우 빠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이하게 서울과 달리 완전 밀폐 방식이 아닌 반쯤은 위를 바라볼 수 있게 하여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독특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도 일부 역에서 이러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는데, 장기적으로 완전 밀폐형 방식이 아닌 부분 개방형 안전문을 시도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일본 도쿄 교통의 중심 ‘야마노테선’(山手線)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야마노테선은 일본 도쿄의 교통 중심으로, 서울지하철 2호선 본선처럼 순환선인 노선입니다. 얼마나 일본 도쿄 교통의 중심이냐 하면,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숙소에서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공항철도 탑승 역인 닛포리 역까지 다시 탔을 때 아침 출근 시간과 맞물려 출근길에 나선 일본 직장인들에 섞여 조금 조심해서 타야 했을 정도입니다.

일본 전철 '야마노테선'에서 유모차와 비슷한 손수레와 할머니가 전철 직원이 설치한 간이 안전판을 이용해 안전히 탑승하는 모습 . ⓒ장지용일본 전철 '야마노테선'에서 유모차와 비슷한 손수레와 할머니가 전철 직원이 설치한 간이 안전판을 이용해 안전히 탑승하는 모습 . ⓒ장지용

일정을 보내기 위해 야마노테선을 탔다가 일본 전철 직원들이 갑자기 무전기로 무전을 치면서 무언가 이야기가 오갔는데, 그러고 나서 일본 전철 직원이 수동으로 발판을 제공하여 어느 할머니가 유모차와 비슷하게 생긴 손수레를 그 발판을 이용해 안전히 탑승하는 것을 봤습니다. 서울에서는 비슷한 일이 있어도 이런 수준의 일은 드물기도 하고, 최근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 때 살짝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가 서울에서는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뒤에 다음 역을 지나는데 그 역에서는 외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휠체어 이용자가 있었고, 아마도 제가 탈 차의 다음 차에서 탑승하려고 그러는지 그 이용자를 직원이 안내하면서 기다리게끔 했던 장면도 봤습니다. 아마도 그 이용자는 다음 차에서 지금 이야기했던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열차에 탑승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장애인 관련 이야기는 여기까지이고, 여기서부터는 제 나름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사실 이번 도쿄 여행에서 재미있었던 경험은 본격적인 일정을 보낸 지난 9일의 일정은 대규모로 뜯어고친 일정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입니다. 원래 도쿄 왕궁 앞길을 지나 일본 국회의사당과 과거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의 도쿄 저택 등도 보고 온다는 일정이 있었지만, 큰비로 인해 그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주로 실내 위주 일정으로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일본 도쿄 마루젠 서점에서 본 일본 역사부도에 적힌 한국 역사에 대한 해설 부분. 사진은 조선시대의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장지용일본 도쿄 마루젠 서점에서 본 일본 역사부도에 적힌 한국 역사에 대한 해설 부분. 사진은 조선시대의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장지용

대신에 일본에서 유명한 서점인 마루젠 서점이나 츠타야 서점 등을 쇼핑한 재미도 있었습니다. 저도 츠타야 서점에서 일본어로 적혀있긴 하지만 일본 도쿄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사진집 등 책 3권을 샀습니다. 그리고 마루젠 서점에서 우연히 본 일본 역사 부도에 일본어로 간략히 소개된 한국 역사를 보고 놀라기는 했습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기획되어있었던 일정이었지만, 친구의 취미도 섞여 있고 그래서 놀러 갔고, 저도 궁금했었던 일본 취미 생활의 거리로 이제는 일본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아키하바라 거리도 놀라웠습니다. 철도모형을 좋아하는 다른 자폐인 친구에게 이곳에 놀러 가는 것은 역설적으로 안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도 졸지에 친구 따라 놀러 간 모형을 파는 상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사용한 P-51 머스탱 전투기 모형을 2400엔을 주고 샀을 정도입니다.

애니메이션 전문 상점으로 서울과 부산에서도 영업점을 운영하는 ‘애니메이트’ 상점의 아키하바라 점(의외로 본점은 이케부쿠로라는 도쿄 시내의 다른 동네에 있다고 합니다)에서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개념인 일본의 세금) 면세 처리를 위해 계산대 앞에서 본 외국인이 놀랍게도 스위스 국적이라고 하니까 놀라워했고, 숙소에서도 아침을 먹다 체코인을 만난 적도 있어서 그런 것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사실 체코인과 이야기 할 때 지난 3월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의 대 체코전에 관해 이야기하려다 참았을 정도입니다.

일본 도쿄의 상징이자 현재는 일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유명해진, 일본의 재건과 새출발을 상징하는 기념비이기도 한 밤시간에 본 도쿄타워의 모습. ⓒ장지용일본 도쿄의 상징이자 현재는 일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유명해진, 일본의 재건과 새출발을 상징하는 기념비이기도 한 밤시간에 본 도쿄타워의 모습. ⓒ장지용

본격적인 일정 와중에 저녁에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과감히 “이왕 온 김에 도쿄타워 가려던 일정을 다시 살려서 가보자!”고 이야기해서 일본 드라마 등에서 자주 소개된 도쿄타워에서 바라본 도쿄는 또 다른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도쿄타워의 역사를 알아보니 태평양 전쟁 패전을 딛고 일본의 재건과 새 출발을 상징하는 기념물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는 일본의 경제 부흥 노력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건립 시점은 일본의 재건과 새 출발을 전 세계에 보여준 첫 번째 도쿄 올림픽 개최(1964년) 6년 전인 1958년이었다고 하니 더 그렇습니다.

결국,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하늘을 찍을 정도로 열심히 카메라를 다루다 보니 한국에 돌아와도 어느 정도 버틸 것 같았던 카메라 배터리가 결국 한국에 도착해서 막바지 정리를 하던 와중에 방전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사진을 많이 찍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이 사진들을 보면서 다시 사진계에서 흔히 ‘셀렉’이라고 부르는 잘 찍은 사진을 구별하는 작업이 꽤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과거에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편견 등이 일부 있었는데, 이러한 요소는 이번 도쿄 여행을 계기로 몇몇 오해를 풀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서도 출신 지역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다양한 일본인 패널들을 통해 제작진들도 “우리가 가진 일본에 대한 편견을 다양한 성격의 일본인 패널을 통해 풀고자 했다”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직접 가서 보는 것이 더 필요했을 때 매우 잘 되었기는 합니다.

지난 5월 일본 자폐인 당사자 출신 전문가의 내한 간담회를 계기로 일본의 몇몇 부분에 대한 오해를 풀었는데, 이렇게 직접 견문해보니 더 오해가 풀렸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이번 일본 도쿄 여행의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벌써부터 지난 일본인 당사자 전문가의 내한에 대한 답례를 겸해 거꾸로 한국 측도 일본을 방문하여 한일 자폐인 교류모임을 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기도 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그 교류모임은 언젠가 개최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이번 도쿄 여행을 같이 간 친구와 내년을 목표로 ‘제2차전’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더 여유로운 일정을 잡아서 더 많이 재미있는 것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2024년, 다시 저는 도쿄를 좀 더 길게 만날 수 있을까요? 아직 시간은 내년 여름까지 한참 남아있습니다!

이미 논의가 오가는 일정은 일단 이번에 못 갔었던 곳에 대한 ‘정산’과 도쿄 돔이나 메이지 진구(明治神宮) 야구장에서의 일본 프로야구 한 경기(우선권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홈구장인 메이지 진구 야구장에 있습니다) 관람 일정 정도는 일단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