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참담한 소식을 마주한다. 이번에는 발달장애 아동의 사망 사건이다. 지난 10월 12일, 전남 목포 바닷가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4세 유치원생이 숲 체험 활동 중 바다에 빠져 사망했다. 아이 혼자 돌아다닌다는 신고에 경찰이 출동했지만 익수된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도 숨졌다.

이날 체험 활동에는 총 14명의 유치원생과 인솔교사 3명, 해설사 2명 등 총 5명의 성인이 참여했다. 이 중 특수교육 대상 아동은 A양을 포함해 2명이었다. 담당 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특수교육 대상 아동에게 잠깐 신경을 쓴 사이 A양이 눈에서 사라졌다”며 “바닷가로 갔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주변 숲 체험장만 계속 찾아다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즐거운 마음을 안고 떠났을 현장학습이 비극적 참사가 되는 순간, 모두에게 안긴 참혹함의 기저에는 여지없이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유치원 교육과정은 교육부 관할이며, 유치원의 장애아동이 참여하는 현장학습에 대비한 최종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교육부의 현장학습 지침은 초중고 중심의 ‘참가자 50명당 1인 이상의 안전교육을 이수한 안전요원 배치’ 정도의 내용이며, 야외활동에 대한 안전 점검의 내용에는 ‘철저한 인솔계획’이라는 단어 한 마디가 전부다. 제한된 인력으로 철저한 인솔계획을 세워야 하는 현장에서 장애아동에 대한 대비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그나마의 매뉴얼은 매뉴얼일 뿐 강제성도 없다.

야외에서 이뤄지는 모든 학습은 여러 변수들이 있을 수 있고, 안전사고 등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그렇다 해서 장애 학생에 대한 현장학습 참여 제한과 거부가 이뤄져서도 안 될 일이다. 오히려 유아기에서부터 통합적인 보육 환경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은 시대적으로 필요한 과제이다.

현장체험학습이야말로 통합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한껏 고양시킬 수 있는 기회다. 현장학습을 비롯한 모든 야외 활동 시 장애아동 1:1 전담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나아가‘학급당 인원수 감축, 특수교사 및 특수교육 지원인력 확대’의 요구는 통합교육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이를 위한 교육 예산확충은 필수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살기 위해 아우성이다. 영암 일가족 참사 사건, 나주의 화재 참사 사건, 울산의 중증중복 장애인 참사 사건 등의 소식에 가슴 졸이며 명절 휴일마저 전국 각지에서 들려오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무참한 죽음들을 목격했다.

안전한 일상을 살고 있지 못하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이것이 장애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하게 발달장애인들을 배제하는 사회시스템의 문제라 지적한다. 국가의 지원체계 부재로, 사회시스템의 부재로 일어나는 문제임을 자각하고 있다.

복지나 교육 현장의 지원체계 자체의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하다. 효율과 비용에 근거한 시혜적 지원 말고 발달장애 개개인 특수성을 고려한 지원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그 바탕에는 지원하는 사람의 필요이고, 공동체적 협업의 필요다.

이를 양성하고 배치하는 체계가 시급하다. 더불어 위기 가정에 대한 적극적 발굴과 지원,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신청주의의 폐해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행정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전수조사가 기본 근거로 작용한다.

생을 다 피우지도 못하고 사망한 A양의 명복을 빌며, 참사로 명을 달리한 모든 이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또한 애도를 넘어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최종적 수단은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과 집행 의지에 있음을 분명히 하며 우리는 투쟁할 것이다.

2023년 10월 17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에이블뉴스는 각 단체 및 기관에서 발표하는 성명과 논평, 기자회견문, 의견서 등을 원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재를 원하시는 곳은 에이블뉴스에 성명, 논평 등의 원문을 이메일(ablenews@ablenews.co.kr)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