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오병근 교수. ©서인환‘2023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오병근 교수. ©서인환

지난 21일 오후 1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1층 무궁화홀에서 ‘2023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사전에 강의 참석자 신청을 받아 세미나장에 초대된 사람들과 줌으로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진행됐다. 미국과 일본 강사들도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였으며, 온라인으로 질의를 받아 답변하기도 했다.

매년 가을에 개최되는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는 유니버설디자인의 확산을 유도하는 것과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의 유니버설디자인 사업의 새로운 방향을 잡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동안 개최된 장소를 보면 국회, AT전시장 등 매년 장소를 달리하고 있고, 주제 역시 관광, 이동권, AI를 이용한 유니버설디자인, 편의시설, 돌봄서비스의 유니버설디자인 등 유니버설디자인의 적용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2023 유니버설디자인은 복지부 인사나 국회의원의 축사 등을 생략하고, 개발원 원장의 영상 축사만이 강의 전에 진행되었다. 형식보다는 주제에 더욱 집중하도록 행사를 설계한 듯했다. 온‧오프라인 세미나의 특성상 방송시간을 맞추는 등의 어려움이 축사 등으로 매끄럽지 않은 진행을 우려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료집 역시 행사 리플렛에 찍혀 있는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고, 온라인 참여 역시 바코드로 쉽게 연결할 수 있어 행사를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자문서 자료집 역시 한글과 영문으로 잘 번역되어 있어 성의 있는 준비가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2023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의 기조연설은 연세대학교 오병근 교수가 맡았다. 주제는 “포용적 유연성-인클루시브 인터페이스”였다.

포용의 연결은 인간, 사물, 사고, 공간 등이 모두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포용의 연결을 강조한 말이다. 물리적, 인지적, 사회적 연결(인터페이스)가 단절된다면, 물리적으로는 고립이 되고, 인지적으로는 패닉이 오며, 사회적으로는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하였다. 이를 해결 하는 방안이 유니버설디자인이며, 이음은 인터페이스와 인터렉션(소통)이 디자인되어야 한다.

인터렉션 디자인이란 말이 인간을 둘러싼 모든 관계를 통한 경험의 디자인으로 인간과 제품, 서비스의 연결을 강조한다. 휴먼컴퓨터인터페이스(HCI) 학회의 선구자 빌 모그리지에 의해 개념화된 용어이다.

물리적 인터페이스의 예로 디마이너스원이 제작한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 광고를 소개하였다. 축구공이 갈 수 있는 길이라면 둥근 바퀴 휠체어도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며 K리그 팬들에게 오직 드리블만을 이용해 경기장 내부로 공을 옮기는 게임을 소개하였다.

인지적 인터페이스의 예로, 색각이상자의 지하철 지도를 소개하였다. 색각이상자는 노선별 색이 달리 보이고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선의 모양을 달리하여 만든 지도이다. 정보 접근은 다양한 방법을 이용한 접근을 허용하는 것으로,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은 비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커브 컷 효과를 설명해 주었다.

구분이 아닌 통합으로, 사람이 아닌 기능으로, 상투적인 것이 아닌 능동적 대응으로, 명시적이 아닌 암묵적으로, 장애인 포함이 아닌 불특정 다수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기술과 디자인은 상호작용하며 발전한다.

미국 공공보행접근성 가이드라인에 대해 강의를 한 스콧 원들리 미국 접근성위원회(억세스보드) 기술지원 코디네이터의 강의는 미국 교통약자 편의가이드를 엿볼 수 있었다. 숫자가 피트나 인치로 표시되어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감을 잡기는 어려웠지만, 커브 경사로나 철도 건널목, 정류소, 교통표지판, 교통신호기 등은 매우 섬세하고 구체적임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고속도로의 경사 정도까지 정하고 있었다. 미국접근성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기구임이 실감되었다.

주제발표 2에서는 “모두를 위한 컬러디자인”이란 주제로 KCC컬러디자인센터 정성윤 팀장과 황상윤 프로가 공동 발표했다.

KCC는 건축 내장재를 생산하는 업체로, 페인트생산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동일하지 않은 정보이해력을 보인다. 색의 3요소는 색상, 명도, 채도인데, 색각이상자나 노인들은 새의 정보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컬러 유니버설디자인을 CUD로 약칭하면서, 모든 계층을 배려하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가독성, 직관성, 범용성, 심미성, 조화성,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CUD의 연구와 가이드라인 제작, 컨설팅 등을 컬러디자인센터에서 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사례로는 지하주차장 안전사고 사인, 하늘채 주차장 보차 색상 구분과 비상벨 디자인 등 배색과 디자인에 대한 사례를 들어주었다. 이것들이 모여 지하주차장 컬러 토탈 제안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하였는데, 고대비가 이루어지도록 하고(3도 이상), 안전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색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색은 누군가에게는 구분을 어렵게도 하는데, 색상을 이용하는 것이 컬러디자인이고 이것이 유니버설디자인이라고 하니 앞에서 말한 색약자를 포함한 모두를 위한 디자인과는 대치되는 듯한 혼란이 일었다.

지하철지도는 색각이상자를 위한 디지인이었고, 컬러디자인은 비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디자인이었으니 색을 사용해도 유니버설이고, 색을 빼도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것은 상당히 모순되어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두 가지 경우 모두 디자인으로 정보를 명확히 하려는 목적으로 시도된 것이니 모두가 유니버설디자인이 됨을 알게 하였다.

발전하면 개혁이란 말과 같이 효과성이 있고, 이용자가 더 편리하거나 혜택을 주는 대상이 늘면 유니버설디자인인 것이다. 사실 유니버설디자인은 모두를 위함이라기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을 위함이란 말이 맞겠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완성이 없고 지속적으로 변화해가는 운동인 것이다.

벽과 바닥을 이용하여 화장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사진과 설명을 다나카 나오토 교수가 보여주고 있다. ©서인환벽과 바닥을 이용하여 화장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사진과 설명을 다나카 나오토 교수가 보여주고 있다. ©서인환

주제발표 3에서 발표에 나선 강사는 다나카 나오토 일본 시네마대학교 객원교수였다. 강의 주제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보는 사인환경 디자인’이었다. 오사카와 후쿠오카 쇼핑몰에서의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안내표지판에 대한 조사를 소개하였다. 노인 상당수가 두 곳 모두 사인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노인의 눈에는 사인이 흐리고 벽면이나 천정, 돌출형, 입간판형으로 정보가 제공되었는데, 정보의 양을 적절히 하고, 크기를 키우고, 색을 선명히 구분되게 하며, 여백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색이 많으면 정보가 많아 혼란스럽고, 정보가 제공되는 높이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정보는 간략해야 한다. 엄청난 정보로 도배된 벽면에서 ‘뺄샘의 디자인’과 사용하는 색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웨이파인딩이란 환경심리학 용어로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목적지를 탐색하는 행동을 말하는데, 경로를 원활하게 안내하는 기법이 필요하다. 바닥과 벽면의 일부를 이용하여 구석진 곳에 있는 화장실까지 쉽게 찾아가도록 디자인된 사례를 소개하였다. 이를 공평한 정보라고 하였다. 다나카 교수는 한국의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상황에서 충분히 고려할 사항이라고 조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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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