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는 마음 대 마음으로 다가간다고 여겨진다. © pixabay사회복지사는 마음 대 마음으로 다가간다고 여겨진다. © pixabay

정신장애인은 여러 전문인력을 만나며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당사자단체 등 많은 기관도 정신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나 정신장애인에 대한 일반 장애인복지 서비스 참여 장벽이 철폐되면서(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 정신장애인을 일반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나는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없고 전문적인 경력도 거의 없는 당사자일 뿐이다. 그러나 당사자의 입장에서 느낀 것들을 기반으로, 사회복지사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을 이 지면을 빌려 전하고자 한다.

당사자의 역량을 믿어야 한다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당사자의 역량을 믿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 단순히 일을 잘하거나 공부에 집중하는 등 작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은 당사자가 자신이 당면한 일을 이해하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 알선 사업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사업에 참여하는 당사자가 스스로는 취업 준비나 직업 생활을 전혀 할 수 없다고 단정 지어 버린다면 그 사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자립(自立)의 의미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기관이 당사자를 믿지 못하면 당사자가 처한 일을 대신하려 할 것이고, 그렇다면 당사자는 기관에 종속된 존재가 되어버리고야 만다.

당사자 역시 자신을 믿지 못하는 기관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내가 사기업에 취업했다 해고되었을 당시, 상관들은 나를 전혀 믿지 못해 그날 일과를 전부 다 보고하라는 등 나의 업무를 감시하려 했다. 감시당하는 기분 속에서 업무가 잘 될 리 없었다.

당사자를 대신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1번 절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당사자가 자립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믿지 못하면, 기관은 당사자가 해야 하는 모든 결정을 대신하려 할 것이다. 그것이 당사자에게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기관의 실적을 내기 위한 방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당사자를 위한 길이 아니다. 자유에는 권리도 있지만, 책임도 따른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진정한 자유와 자립이다.

기관이 당사자의 어려움을 걱정하며 모든 일을 대신하려 하면, 그것은 당사자가 스스로 책임질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 자유와 책임은 분리될 수 없다. 당사자를 어려움에서 면제시키려는 태도는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를 상실하게 만든다.

기관이 해야 할 일은 당사자와 함께하는 것이다. 당사자를 앞서가려 하지 말고, 무엇이든 막아주려 하지 말고, 당사자가 처한 일을 함께 경험하면서 동행해야 한다. 기관이 10을 다 하려 하기보다는, 기관이 2를 하면 당사자가 8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해야 한다.

당사자단체가 이루어 온 역사를 존중해야 한다

비록 2021년 12월에 장애인복지법 15조(정신장애인의 장애인복지 이용 제한을 규정했던 조문)가 폐지되어 이제야 일반 복지에 정신장애가 편입되었다고는 하지만, 정신장애인과 함께하는 운동과 서비스의 역사는 그것보다 오래되었다.

정신장애인을 둘러싼 복지의 첨예한 맥락이 2021년 12월 이후로 무에서 유로 뚝딱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회복지계에서 정신장애계가 공백으로 남아있던 기간 동안, 그 자리를 메운 건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카미, 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를 비롯한 당사자단체였다.

이들은 정신장애 해방의 역사의 순간에 정신장애인과 함께했다. 자조모임, 권익옹호 토론회 등, 당사자 작품 전시 등의 행사는 물론이고 정신보건법 개정, 청도 대남병원 집단감염 사건, 영화 ‘F20’ 상영중지, 정신장애인 사망사건 등에 대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이들 당사자단체는 정신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대안적 정신건강 서비스를 위한 절차보조사업, 동료상담가 사업을 도입하는 등 정신장애인의 권익 향상에 크게 기여해왔다.

사회복지계가 할 일은 정신장애계가 구축해 온 특수한 맥락을 잘 살펴보고 기존의 사회복지 서비스와 어떻게 조화와 협력을 이룰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다.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정신장애 당사자의 자립을 위한 고민 역시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 고민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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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회로가 비장애인과 다른 신경다양인들은 어떻게 살까? 불행히도 등록장애인은 '발달장애인' 딱지에 가려져서, 미등록장애인은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 비장애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경다양인이 사는 신경다양한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