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 글라이딩하는 모습. ©박관찬패러 글라이딩하는 모습. ©박관찬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비행기를 타지 않고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하늘을 날며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만끽하면서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느껴보고 싶다고그래서 하늘을 날아보기 위해 생각했던 내 버킷리스트는 번지점프였다그런데 번지점프는 하늘을 난다기보다는 공중에서 아래로 점프하는 거기 때문에 하늘을 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체험해 보게 된 패러 글라이딩은 뭐랄까어렸을 때 상상만 해보았던 하늘을 날 때날아오를 때의 그 짜릿함을 맛보게 해주었다정말 이렇게 하늘을 날게 되다니단 10분의 시간 동안 하늘을 날기 위해 사전 조사를 하고 착륙장에 도착해서 패러 글라이딩을 타기 위해 이륙장으로 이동하고설명을 듣고 이륙 시도를 하기까지 솔직히 쉽지만은 않았다하지만 정말 의미있었던 시도였고 그만큼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추억으로 장식될 것 같다.

두려움보다는 걱정장애 때문에 거절한다면?

사실 올해 초 신규등록했던 헬스장에서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등록을 취소하고 환불해주겠다고 한 적이 있다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경험했던 덕분인지패러 글라이딩에 대해 알아보면서 꼭 해보고 싶다는 설레임보다 교관들이 날 걱정하면서 못 타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그래서 만약 거부한다면 어떻게 대처할지도 생각하면서 갔다.

착륙장에 도착해서 교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륙장으로 올라가는데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청각장애가 있다고 하니까 어렵겠지힘들겠지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하지만 감사하게도 동행한 친구가 할 수 있다고 거듭 이야기해준 덕분에 이륙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어떻게 신호를 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륙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내 뒤에서 교관이 내 어깨를 한 번 치면 앞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된다그리고 내 어깨를 또 한 번 치면 더 빠르게 달려야 된다그리고 내 어깨를 두 번 치면 달리는 것을 멈춰야 한다하늘을 날고 있는 타이밍이기 때문에그리고 하늘을 날고 있다가 또 내 어깨를 두 번 치면 내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장비에 엉덩이를 바짝 넣어서 앉으면 된다착륙할 때는 두 다리를 쭉 앞으로 펴야 한다.

이것만 다 외우면 되니까 크게 어려울 건 없어 보였다.

한 번에 해내지 못한 하늘날기그래도 해냈다

이륙장에 도착해서 나와 함께 하늘을 날게 될 교관과 인사를 나눴다이것저것 장비를 착용하고 준비가 완료되자 난 어디로 달려야 하는지 교관한테 물었다교관이 가르쳐준 방향으로 예습삼아 같이 가봤는데세상에내리막길이고 그 아래로는 ᄁᆞ마득한 낭떠러지다눈이 아찔해지니까 나도 모르고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일단 예습을 한 번 해본 뒤난 동행한 친구에게 먼저 하라고 했다그런데 친구에게 먼저 시도하라고 했던 게 오히려 교관들에게는 안 좋게 들렸던 모양이다다들 이때다 싶어 역시 안 될 것 같다고어려울 것 같다고 했단다착륙장에서 이륙장으로 오면서 열심히 교관을 설득하며 내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초석을 만들어놨던 친구 입장에서도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친구 먼저 시도하라고 했던 게 교관들에게는 내가 자신이 없어서로 느껴졌을 게 분명했다.

패러 글라이딩 하는 모습. ©박관찬패러 글라이딩 하는 모습. ©박관찬

하지만 내 인생을 걸고 단언컨대 절대 자신이 없지는 않았다다른 이유에서 친구보고 먼저 시도하라고 했던 거였다초등학생 때 출석 번호를 생일 순으로 정해서 난 늘 1번이었는데그래서 실기시험을 칠 때 항상 제일 먼저 해야 했다그런데 실기시험을 해도 정확히 뭘 해야 하는지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를 못 들으니까 늘 엉뚱한 걸 하기 일쑤였다그래서 내가 먼저 하는 게 좀 머쓱하고 부담되는 게 있어서 누군가가 먼저 하는 걸 보고(그것도 가까이에서그걸 따라 하는 게 덜 부담되고 안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친구보고 먼저 하라고 한 거였지만 교관들에게는 내가 자신없어하는 것처럼 보였나보다.

결국 예정된 순서대로 내가 먼저 시도하게 되었다근데 처음 이륙장에 도착해서 나와 함께할 교관이 아니라 착륙장에서부터 나와 함께 올라온 교관이 나랑 함께 했다교관이 바뀐 것이다영문은 몰랐지만 아무튼 출발선에 섰고 심호흡을 크게 했다그리고 교관이 내 어깨를 한 번 치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달렸다그리고 한 번 더 쳤을 때 더 빠르게 달리면서 나도 모르게 힐끗 뒤돌아보고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내 뒤에서 따라오던 교관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나도 잘못된 거 없고 지극히 정상적인 흐름이었는데난 교관이 넘어진 줄 알고 나도 모르게 멈춰버렸다교관이 그냥 가면 된다고 손짓했지만 거기까지는 미처 보지 못했고 멈춰버렸던 것이다결국 첫 번째 시도에서는 날지 못하고 다시 이륙장 출발선으로 돌아왔다돌아와서 교관이 뒤는 신경쓰지말고 처음에 정한대로 어깨 치는 신호에 따라 그냥 행동하라고 했다.

어쩌면 내가 멈춰서 다시 시도하게 된 게 신의 한 수였을지도 모르겠다다시 준비하는 동안 친구가 먼저 시도하게 된 것이다눈앞에서 친구가 하늘을 나는 걸 보면서 그제야 블로그 리뷰를 스마트폰 화면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던 낙하산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어느 방향으로 날아가는지 알게 된 것이다친구가 하는 걸 보고 나니까 없던 자신감도 확 생기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두 번째 시도에서 난 하늘을 날아보는 체험을 했다날씨도 좋아서 하늘을 나는 동안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했고 하늘을 날면서 내려다보는 내 발밑의 세상도 참 신기했다비행기 안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온몸으로 그대로 느끼면서 10분의 시간 내 몸을 하늘에 맡겼다.

무사히 착륙하고 정리하면서 교관이 미안하다고 했다원래 나와 매칭된 교관에서 변경했던 건 그 교관이 자신 없어 했다고아마도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혹시라도 하늘을 나는 중에 소통해야 하는 때가 있을 때 걱정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그리고 그 교관들도 이번 기회에 배운 게 있었던지앞으로 또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패러 글라이딩을 타러 올 수도 있으니까 간단한 수어라도 알아두면 좋겠다고.

나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내가 친구보고 먼저 시도하라고 말했던 건 그걸 보고 참고해서 시도하기 위함인데교관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 없어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내가 결국 하늘을 날 수 있도록 교관들을 설득하고 노력해준 친구가 정말 고마우면서도 내가 먼저 내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도 친구가 축하해줘서 뿌듯했다발자국이 찍힌 대로 가는 게 아니라발자국을 만들어 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어쩌면 이번 시도가 여러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될 수도 있겠다고참 내게는 거북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다음에 또 누군가가 패러 글라이딩을 시도할 때 교관들이 더 잘 대처하고 지원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물론 나도 다음에 또 하게 된다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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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의 존재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 달이 외롭지 않게 함께하는 별의 존재도 감사합니다.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과 첼로를 연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저도 누군가에게 반짝이는 별이 되어 비춰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