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 pixabay글쓰기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 pixabay

나는 ‘에이블뉴스’에 정신적 장애 당사자의 관점에서 칼럼을 쓰고 있다. 좋지 못한 반응을 얻을 때도 있었지만, 좋은 반응을 얻은 적도 많다. 당사자의 입장을 명확하게 잘 드러낼 수 있는 칼럼은 정신적 장애 당사자에게 큰 힘이 된다. 장애 운동에는 이론이 필요하고, 그 이론은 당사자들이 남기는 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칼럼은 언론에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글이다. 당사자의 관점이 드러나는 칼럼을 쓰는 법을 익히면 자기옹호 역량을 실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칼럼을 쓰는 방법을 당사자 독자 여러분께 살짝 전해드리겠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쓰자

칼럼은 기본적으로 글이라는 문자 언어를 통해서 전해진다. 따라서 글쓰기에 대한 흥미가 없으면 쓰기 어렵다. 단순히 돈 때문에, 혹은 청탁 때문에 써야 하니까 하는 마음에서 글을 쓰면 글쓰기가 재미없고 지루한 일이 된다.

그러나 칼럼은 글쓰기 자체에 대한 흥미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칼럼은 특정한 소재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펴는 글이다. 그 말은 글 자체를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특정 주제를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접근해야 칼럼 쓰기가 쉬워진다.

필자는 신경다양성 운동과 ‘세바다’ 단체 자체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 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도 글쓰기 실력이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매체에서 고배를 마시고야 말았다.

그 당시에는 특정 주제에 대한 생각을 독자분께 전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체를 홍보하기 위해서만 글을 썼다. 그래서 글이 어색하고 논리가 얕을 수밖에 없었다. 기고 거절 답변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집필을 계속하며 쓰고 싶은 것이 구체화되었다. 나는 정신적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제서야 좋은 글이 나오기 시작했고, ‘에이블뉴스’에서도 연재할 기회를 얻게 됐다.

전하고자 하는 생각을 분명하게 하자

칼럼은 목적이 있는 실용문이다. 칼럼을 통해 주장하고 싶은 생각과 예상하는 효과, 글을 주로 읽을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써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논리적인 생각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주제가 된다.

당사자적인 글쓰기라면 특정 소재에 대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쓰는 행위가 될 것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통찰이 드러나는 글을 써야 한다.

독자분 역시 당사자인 만큼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통찰 역시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논리적인 글을 쓰려면 해당 사안에 대해 지식을 갖추고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글은 최대한 쉽고 짧게 쓰자

어려운 글이 나쁜 글은 아니지만, 글쓰기를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글을 쓰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글쓰기를 처음 하는 사람은 글을 쉽게 써야 한다. 쉽게 쓰려고 해도 잘 써지지 않는 것이 글이다.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쉽게 써야 한다.

쉬운 글의 이점은 논리를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글의 구조가 복잡해지면 필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보이지 않게 된다. 특히나 장애인을 예상 독자로 상정한 글이라면 독해가 더욱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독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글을 화려하게 쓰기 위해 어려운 단어나 빙빙 에둘러 말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다양한 어휘 사용과 적당한 문학적 수사는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글이 어색해질 수 있다.

글의 분량은 2천 자에서 3천 자로도 전하고자 하는 바를 다 전할 수 있다. 역시 긴 글이라고 해서 좋지 않은 건 아니지만, 글이 너무 길면 읽는 사람이 피로를 느끼게 된다. 문서 작성 프로그램에서 글자 수를 세어주니 참고하며 쓰자.

당사자의 목소리는 어디서든 전할 수 있다

‘에이블뉴스’ 등 유명한 장애인 언론에서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블로그, SNS도 훌륭한 글쓰기 무대가 될 수 있다. 당사자가 있는 그 어느 곳이라도 당사자를 위한 언론이 될 수 있다.

언론사 칼럼니스트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글쓰기를 포기하면 어떤 글도 쓸 수 없게 된다. 그 어느 매체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글을 써야 그 글을 읽을 정신적 장애인 독자에게 힘을 줄 수 있다.

이상으로 당사자적으로 칼럼을 쓰는 네 가지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글이 칼럼을 쓰고자 하는 당사자 여러분께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신경회로가 비장애인과 다른 신경다양인들은 어떻게 살까? 불행히도 등록장애인은 '발달장애인' 딱지에 가려져서, 미등록장애인은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 비장애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경다양인이 사는 신경다양한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