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에서 공고한 '쉬운 말 채용공고'의 첫장. ⓒ부산항만공사부산항만공사에서 공고한 '쉬운 말 채용공고'의 첫장. ⓒ부산항만공사

공공분야에서 공고문을 쉬운 말로 내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별도의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 수고도 있고, 당사자 검수 등을 또 거쳐야 하는 문제가 언제나 있다. 게다가 당사자 검수 등의 과정을 거치면 결국 그 사안이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 누설되는 등의 우려도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딛고 진짜로 쉬운 말 채용공고를 낸 사례가 이제야 국내에서도 등장했다.

지난 10월 11일 부산항만공사에서 바리스타 직무를 채용하기 위한 채용공고문의 부속문서 형식으로 쉬운 말 채용공고를 공개하였다. 사실 국내 공공기관 일자리 최초의 쉬운 말 공고문이다. 민간 기업에서는 가끔 진행되는 사안이지만 이제 공공분야 채용에서도 쉬운 말 공고문이 정식으로 등장한 것이다.

필자도 해당 문서를 입수해서 분석해봤는데,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 점에 대한 부분부터 먼저 지적하겠다.

먼저 쉬운 말 채용공고가 공식 문서의 부속문서 형식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이 글은 채용 인원, 자격 등 위주로 작성된 요약본으로 응시자 유의사항, 결격사유 등 자세한 정보가 포함된 채용공고문을 반드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동 요약본은 참고자료로서 본 공고문과 해석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공고문이 우선함을 안내드립니다.” 등 이 문서는 정식 문서는 맞지만 공식 공고문이 아닌 부속문서 형식이라는 권위 문제가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러한 한계에 대해 “공고문을 이해하기 쉽게 작성하려고 노력했으나, 근거 법조항이나 합격자 결정 기준 등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단어와 표현이 포함되어 있어 이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부속 설명을 붙여서 공고문을 쉽게 내고 싶어도 내기 어려운 속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장기적으로 쉬운 말 채용공고가 정본(正本) 수준으로 승격될 수 있도록 쉬운 말 기반의 정식 채용공고를 개발할 필요가 제일 먼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다음으로 공식 용어나 법령상 기준 등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다는 점이 있다. 쉬운 말 채용공고에서는 공식 용어나 법령상 기준 등을 제시하기에는 그것을 풀어쓰기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할 경우 설명이 매우 길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다.

예를 들어 면접 판단 기준을 보자.

직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응용 능력
의사발표의 표현성과 논리성
예의, 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 의지력 및 기타 발전 가능성

어떠한 것도 쉽게 풀어쓰기를 하면 이것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 복잡해지는 사안들투성이다. 하나라도 쉽게 풀어쓰려면 대단히 설명이 길어지고, 맥락까지 고려하려면 더 길게 설명해야 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왜 이것이 판단 기준인지까지 설명해야 할 필요도 있다.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 번역하려면 대단히 설명을 길게 해야 하는 등의 우려를 고려하면 이 쉬운 말 채용공고가 넘어야 하는 것은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로 원문을 의식한 나머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은 쉬운 말 표현을 쓰지 못했다. 이것의 원문과 필자가 쉬운 말로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원문 -
탈락기준 : 면접위원 평점 평균 6할 미만 및 면접위원 과반수가 각 평점 항목 중 어느 하나를 “하(8점)”로 평점 시

필자의 쉬운 말 번역 –
탈락기준 : 면접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점수를 매겼을 때 그 중간이 100점 중에서 60점 밑이거나 면접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반 넘게 점수를 매겼을 때 그 하나라도 좋지 않게 봤을 때

이러면 결과적으로 전형과정에 대한 기밀 유지도 어려워지는 점이 몇몇 있다. 예를 들어 면접 심사위원의 인원수가 몇 명인지 등이 졸지에 공개해야 하는 등 기밀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쉬운 말로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몇몇 사안은 공정성 유지 등의 현실적 이유로 공개가 어려운 부분까지 공개해야 하는 수준이 되었으므로 결과적으로 쉬운 말 공고문을 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네 번째로 쉬운 문서 제작을 위해서 이미 소소한소통 등에서 강조하고 있는 당사자 검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럴 때 당사자 감수위원 등을 통해 정보가 또 누설될 수 있는 점이다. 소소한소통 같은 경우에는 필자를 포함한 당사자 감수위원단이 있어서 이러한 것을 신속히 준비해 줄 수 있지만,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경우 실제 시험문제 출제 자체가 대단히 큰 보안 사안으로 유명하다. 사소한 문제 한 문제조차 누설될 수 없으므로 해당 과목 시험이 종료된 뒤에야 출제위원들이 긴 합숙에서 풀려나오는 것은 매우 유명한 일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운명을 가로지르는 시험이기에 이 부담감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요즘의 공공분야 채용은 이러한 사소한 것 하나에서도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 때문에 사소한 정보 하나가 누설되는 것조차 공공분야 채용 응시자들이 민감하게 보는 사안이다. 그 점 때문에 보안 유지가 중요한 공공분야 채용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채용공고가 비정규직 채용공고였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장기적으로 정규 일반직 공채 등 진짜로 중요한 채용공고에서 쉬운 말 공고에 도전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등장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대신코자 한다.

그렇게 문제점만 지적했지만, 또 나름대로 장점도 있었다.

먼저 쉬운 말 채용공고를 냈다는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 채용을 의식하고 있음을 넌지시 보여준 사례라고 할 것이다. 쉬운 정보의 주 수요층이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 채용을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두 번째로 공공분야도 쉬운 말 채용공고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다른 공공분야 채용에서도 쉬운 말 채용공고를 낼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점이 있다. 특히 공공분야는 전례(典例)를 중시하므로, 명분이 될 근거가 생겼다는 의의가 있다.

세 번째로 이러한 것은 어쨌든 ‘프로토타입’이라는 관점에서는 역사적인 공고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모든 것은 처음에 다 완성되는 것이 아닌, ‘프로토타입’의 개발을 시작으로 발전적인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그러한 점에서 시도라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한 성과라고 할 것이다.

부산항만공사의 채용공고에 의하면, 현재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과연 이렇게 쉬운 말 채용공고를 통해 더 많은 발달장애인 응시자가 있었을지는 궁금해진다. 나중에 이 쉬운 말 채용공고가 쏘아 올릴 작은 결과가 어떻게 커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과연 이 채용공고를 뚫고 합격할 이는 과연 누구일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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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