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는 문은아 극본, 김명욱·모완일 연출로 2010년 10월 4일부터 2011년 5월 13일까지 KBS1에서 방영한 일일 드라마다.

기본개요에 나와 있는 것처럼 “미국으로 입양된 정신지체(법정용어 지적장애)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청년 동해가 한국으로 돌아와 요리사로 일하며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웃어라 동해야’.  ⓒ나무위키‘웃어라 동해야’.  ⓒ나무위키

기본개요에 “미국으로 입양된 정신지체 미혼모”라고 되어 있다. 지적장애인을 왜 정신지체라고 했을까?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은 1981년에 제정되었는데 제정 당시의 장애인은 지체, 시각, 청각, 언어, 정신박약 등 5가지 유형이 있었다. 1989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에서 정신박약을 정신지체로 변경하였다.

장애유형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조 [별표1]에 에 명시되어 있는데 2007년 12월 28일 전부개정에서 ‘정신지체’를 ‘지적장애인’으로 변경하였다. 아마도 ‘웃어라 동해야’의 관계자들이 정신지체가 지적장애인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을 잘 몰랐던 모양이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전부개정. ⓒ국가법령정보센터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전부개정. ⓒ국가법령정보센터

동해의 엄마 안나 레이커(도지원 분)는 9살 때 사고로 부모를 잃고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되었는데, 사고 때 뇌를 다친 탓에 정신연령이 사고 당시인 9살에 멈춰 있는 지적장애인이다.

안나 레이커는 미국에서 칼 레이커, 한국이름 동해(지창욱 분)라는 아들을 낳았으나 남편의 생사를 알지 못해 그리워만 했다. 그러다가 아들 칼 레이커가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로 출전하게 되자 꿈에도 그리던 제임스(한국이름 김준, 강성우 분)를 찾으러 아들 칼 레이커와 같이 대한민국으로 왔다.

동해의 엄마 안나 레이커는 꿈에도 잊지 못하는 동해의 생부 제임스를 만나러 왔지만, 칼 레이커 즉 동해가 한국에 온 것은 미국에서 만나 결혼을 약속했던 윤새와(박정아 분)를 찾으러 왔다.

그러나 안나 레이커는 동해의 생부 제임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동해가 만나려고 했던 윤새와는 미국에서 돌아 와 보니 그녀 앞에는 동해보다 멋진 남자 김도진(이장우 분)이 있었기에 동해를 잊고 있었다.

그런데 동해가 자기를 찾아왔다니 난감해서 자기 대신 친구 이봉이(오지은 분)를 공항으로 마중 보내고 동해 만나기를 피했다. 그러다가 칼 레이커는 부상으로 쇼트트랙에서도 떨어지고, 윤새와가 만나기를 피하는 바람에 덕분에 동해는 이봉이를 만나 호텔 조리사가 된다.

미국에서 온 엄마와 아들. ⓒwavve미국에서 온 엄마와 아들. ⓒwavve

그런데 동해가 한국에 와보니 자신이 윤새와를 만나려고 했던 꿈은 이미 물거품이 되었고. 그보다는 엄마 안나 레이커가 그토록 못 잊어하던 자신의 생부 즉 엄마의 제임스를 찾는 것이 더 시급해 보였다.

엄마 안나 레이커에게 남은 거라곤 제임스가 떠날 때 주고 갔다는 하모니카가 있었다. 안나는 항상 그 하모니카를 목에 걸고 제임스를 애타게 기다렸다.

안나와 제임스의 사랑은 지고지순할 수 있다. 그러나 안나는 9살 지능의 지적장애인이고 제임스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하러 온 잘 생기고 똑똑한 엘리트 청년이다. 만약 안나와 제임스가 한평생을 함께하고자 하는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을 했다면 두 사람의 결혼식을 만천하에 알리고 결혼 서약을 하고 혼인신고를 해야 했다.

그러나 엘리트 제임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9살 지능의 안나를 꼬셔서 하룻밤을 보내고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안나가 제임스와 보낸 것이 하룻밤인지 이틀밤인지 잘 모르겠지만, 안나는 아들 동해를 낳았으나 한국으로 돌아간 제임스는 30여 년간이나 소식이 없었다.

김준과 아내 홍혜숙과 아들 김도진. ⓒwavve김준과 아내 홍혜숙과 아들 김도진. ⓒwavve

제임스는 안나와 헤어지고 한국으로 돌아와 아나운서가 되고 카멜리아 호텔 사장 홍혜숙(정애리 분)과 결혼해서 아들 김도진(이장우 분)을 낳았다.

나중에 제임스가 안나를 찾으러 갔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으나 그때 안나는 이미 이사를 하였고 그보다 더 웃긴 것은 제임스 즉 김준은 이미 한국에서 결혼한 사람이었다.

‘웃어라 동해야’가 방영할 2010년 무렵에도 안나가 ‘항거불능’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제임스가 한 짓은 분명 강간이다. 그 무렵 언론에는 이와 유사한 실제 사건으로 연일 도배가 되었었다.

제임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9살 지능의 안나를 강간한 성폭행범에 불과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고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2010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국가법령정보센터2010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국가법령정보센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 약칭: 성폭력처벌법 )

[시행 2010. 4. 15.] [법률 제10258호, 2010. 4. 15., 제정]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간음 등)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형법」 제297조(강간) 또는 제298조(강제추행)에서 정한 형(刑)으로 처벌한다.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필자는 당시에도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KBS1에서 이런 내용을 방영한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보도했었다.

KBS ‘웃어라 동해야’ 항거불능 몰라 (에이블뉴스, 2010.11.30.)

그러거나 ‘웃어라 동해야’의 시청률이 30%대에 이르자 시청률이 높다는 이유로 애초 150부작에서 160부작으로 연장방송까지 했다.

‘웃어라 동해야’의 시청자들이 제임스가 성폭행범이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드라마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그리고 마지막쯤에는 시청률이 43%에 이르렀다고 한다.

웃어라 동해야 기본정보. ⓒ네이버웃어라 동해야 기본정보. ⓒ네이버

요즘 대부분의 텔레비전은 케이블TV로 보고 있는데 보통 채널이 100여 개가 넘는다. 그래서 채널을 돌리다 보면 어디선가 항상 ‘웃어라 동해야’를 하고 있었다. 당시 인기가 있었기에 어디선가 재방영을 하는 모양이다.

필자는 텔레비전에서 ‘웃어라 동해야’를 볼 때마다 성폭행범을 미화하는 것 같아 보기가 불편해서 잘 안 본다. 그런데 작년에는 [AXN]에서 재방영을 하더니 요즘은 [TVA Plus]에서 ‘웃어라 동해야’를 하고 있었다.

아들 동해와 엄마 안나. ⓒAXN아들 동해와 엄마 안나. ⓒAXN

그래서 장애인 성폭행법을 미화하는 듯한 ‘웃어라 동해야’ 재방이 유감이라는 이 글을 쓰려고 KBS에 들어가 보니 웬일인지 ‘웃어라 동해야’를 찾을 수가 없었다. 설마 ‘성폭행범 미화’라는 것 때문에 KBS에서 내렸을리는 없을 테고 도대체 무슨 일일까.

KBS에 문의를 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래서 여기 나온 그림은 KBS가 아니라 나무위키와 Wavve(웨이브)에서 가져 왔다.

시아버지 김준에게 아나운서를 말리는 며느리. ⓒtvA Plus시아버지 김준에게 아나운서를 말리는 며느리. ⓒtvA Plus

‘웃어라 동해야’가 처음 나왔을 때는 2010년 무렵인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장애인 강간은 3년 형이었다. 그런데 현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장애인에 대한 강간이나 강제추행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법이 더 엄중해 졌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시행 2023. 10. 12)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강간ㆍ강제추행 등) ①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023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국가법령정보센터2023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국가법령정보센터

‘‘웃어라 동해야’는 43%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고 시청률 1위의 국민 드라마로 자리 잡았기에, 다른 채널에서는 끊임없이 재방영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적장애인은 ‘항거불능’의 의미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을뿐더러 누구나 자기에게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쫄래쫄래 따라서 갈 수도 있다. 사리 분별을 제대로 못 하는 어린아이처럼.

‘웃어라 동해야’가 방영될 무렵에도 그렇고 지금도 지적장애인을 꼬여서 성폭행을 저지르는 못된 사람들이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검색을 해보니 최근에도 강원도 산골에서 취직하려는 지적장애인을 구직을 미끼로 관계자들이 4명이나 단체로 성폭행을 한 사건이 있었다.

지적장애인 성폭행 관련 뉴스. ⓒ네이버 뉴스지적장애인 성폭행 관련 뉴스. ⓒ네이버 뉴스

‘웃어라 동해야’에 나오는 제임스의 한국 이름 김준은 아나운서 국장이다. 김준은 “잘생기고 젠틀한 모습으로 아줌마 팬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만인의 연인. 저녁 9시 뉴스의 간판스타로 수년간 인기를 누리다가 현재는 아나운서 국장이 되었고 끊임없이 정계 진출을 권유받고 있다. 성품이 곧고 올발라서 가족들에게도 늘 정직한 삶을 얘기한다.”

등장인물 소개에 나오는 김준에 대한 설명이다. “성품이 곧고 올발라서 가족들에게도 늘 정직한 삶을 얘기 한다”라고 되어 있다. 성품이 곧고 올바른 사람이 결혼도 안 한 채로 9살 지능의 스무 살 여자를 성폭행해서 아들을 낳게 했음에도 나 몰라라 하고 또 한국에서는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아들까지 낳았다.

‘웃어라 동해야’에 나오는 제임스 김준이 올바르고, 정직하다니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 김준은 천하에 몹쓸 파렴치한 성폭행범이다. 그가 정말 올바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9살 지능의 지적장애인을 찾아서 결혼하는 등 책임을 져야 했고, 그렇지 않다면 성폭행 혐의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미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므로 시청자들을 현혹하는 것 같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이므로 처음 방영은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내용을 공중파에서 10여 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재방영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행여 지적장애인은 그래도 된다는 모방범죄가 끊임없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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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원장은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는 결코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이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원장은 또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마음 밭을 가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일성은 이 원장이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장애인이 받고 있는 불이익을 현장에서 몸으로 뛰며 실천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이복남 원장은 현재 장애인 상담넷 하늘사랑가족<하사가>를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 홈페이지: http://www.988-7373.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