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은 와요‘의 주인공 정다은(박보영 분)이 나온 포스터. ⓒNetflix’정신병동에도 아침은 와요‘의 주인공 정다은(박보영 분)이 나온 포스터. ⓒNetflix

전에도 말했듯이 이번 글에선 공시 준비생이었던 김서완(노재원 분)의 이야기, 그리고 정다은(박보영 분)이 자신을 찾는 과정 등을 나누고, 이 드라마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다루겠다. 아울러 이 드라마에서 놓친 부분도 함께 이야기하려 한다.

드라마에서 게임과 현실 사이를 오간 김서완 관련 이야기는 필자에게 관심이 가는 대목이었다. 서완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 정다은 덕분에 김서완은 다은과 관계가 좋았고, 꿈에서 정다은이 마법사인 자신의 마력을 회복할 영약 암브로시아를 줄 중재자로 나올 정도였다. 이런 스토리 때문에 나도 드라마 보면서 미소가 생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6회 <어떤 마법사의 하루>에서 김서완의 현실이 공개된다. 명신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총책임진 임혁수(김종태 분) 교수는 서완에게 본인이 마법사로 세계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서완은 아니라고 했다. 이어 당신은 누구냐는 교수 물음에 서완은 7번 시험에서 떨어진 공시생이라 답했다.

자신의 현실에 답답해한 서완이 머리를 부딫히는 등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희망을 가지라는 다은의 말에 서완은 정말 그렇겠냐며, 다은에게 현재 절판된 한국사 책을 구해오라고 조심스레 부탁한다. 다은은 책을 구해 서완에게 전달했는데, 서완은 책에 써진 자신의 이름을 보며 뿌듯한 나머지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서완의 상태가 좋아지자, 임 교수는 서완 부모와의 면담 끝에 서완에게 잠시 외출 허가를 결정하고 서완은 외출하게 된다.

학원가에 도착한 서완은 공시를 준비하는 동료 재민과 후배를 만나 같이 밥을 먹게 되는데, 공시 공부의 답답함을 후배가 토로하자 서완의 동료는 원래 그런 거라는 식으로 말했다. 서완은 이를 듣더니, 공시 그만두기 딱 좋은 때라며, 공부한 게 아까워 포기가 안 되고, 조금만 더하면 공시에 합격할 것 같지만, 합격할 거란 확신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재민과 후배에게 나처럼 되지 말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다음 날 병동으로 돌아온 서완은 게임 세계 얘기를 다은에게 하다가 간호사님이란 호칭으로 다은을 부른다. 망상 시엔 중재자님이라고 불렀던 걸 생각하며 이상하다 느꼈던 다은은 이에 대해 수간호사인 송효신(이정은 분)에게 물었고, 효신은 바깥 생활이 힘든 것 같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간호사, 임 교수와의 면담에서 서완은 공시에 자신 없다고 얘기한 거다. 이에 수간호사와 임 교수는 고민 끝에 서완을 정신병동에서 퇴원시키고 그가 외래 치료를 계속 받도록 하자고 한다.

이런 결정에 다은은 답답했지만, 박수연 간호사(이상희 분)는 망상임을 인식함에도 숨어있는 건 서완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고 다은에게 설명한다. 다은은 그래도 답답했지만, 결정에 따르며, 서완의 퇴원절차를 밟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서완에게 말을 건네며 그의 퇴원을 돕는다, 시간이 지나 다은은 다시 서완을 만나 반가웠지만, 서완은 공부할 시간이 없어 근처 병원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다은은 근처 병원에서 치료 잘 받으라고 하며, 서완과 헤어진다.

화룡이 사라지자 웃는 김서완(노재원 분)의 모습. ⓒNetflix 동영상 캡처화룡이 사라지자 웃는 김서완(노재원 분)의 모습. ⓒNetflix 동영상 캡처

어느 날 서완은 수업을 받다 외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이후 다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 되시면 차 한 잔을 하자고 했고, 다은은 자신에게 시간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서완은 답답함에 옥상으로 올라가 자살을 시도하는데, 그때 도시가 파괴되고 화룡이 나타나는 망상을 봐서인지 그는 자유함을 느낀다. 그 자유함 속에 서완은 옥상에서 떨어지며 자살한다.

실제로 유학이나 인턴 등의 경험을 한 자만이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는 관계로 취업 경쟁이 세고, 취업의 문턱이 높기에, 무력감과 열패감을 느끼기 쉬운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학점, 자격증, 경력 등의 스펙을 보지 않는 게 공시라 공시 합격하면 공무원 임용기회가 생기기에 취업 문턱이 높은 현실에서 공시에 목숨을 걸며 공부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은 게 이해된다.

장애인의 경우엔 장애인 욕구, 선호, 의지를 고려한 직업교육은커녕 적합직종이란 명목으로 이들의 욕구를 무시하고 이들 개인에 맞는 합리적 변경 없이 천편일률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 자신이 하고 싶은 전문분야에 전문성, 스펙을 쌓기 어렵고, 스펙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시에 응시하는 장애인들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매년 공시 합격률은 매우 낮기에, 공시 합격을 위한 경쟁도 그만큼 상당히 세다. 매년 그런 상황은 반복되고, 좁은 합격률 안에 들기 위해 공시생들은 아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런 경쟁에서 지게 되면 공무원 임용기회는 잡지 못하는 거라, 역시 공시생들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패배감과 무력감, 열패감을 더 강하게 느끼고 정신건강은 위협받기가 쉽다.

이렇게 취업과 공시의 문턱이 높은 현실에서 청년이 취업하지 못하면 무능하고 도태된 사람이란 시선까지 있는 우리 사회에선 청년들이 무력감과 열패감에 더욱 빠지기 쉽다. 취업과 공시 등에서의 경쟁을 통해 결국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일 텐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론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무력감과 열패감에 빠지며 정신건강을 위협하면서까지 취업과 공시의 문턱을 넘어서며, 돈을 벌어야만 행복한가에 대해선 많은 고심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9급 공무원 시험이 2025년부터 직무능력 중심 시험으로 바뀐다는 내용의 보도(기사와 무관). ⓒYTN News Youtube 동영상 캡처9급 공무원 시험이 2025년부터 직무능력 중심 시험으로 바뀐다는 내용의 보도(기사와 무관). ⓒYTN News Youtube 동영상 캡처

마지막으로 드라마에서 정다은이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않다가 자신을 찾아가는 걸 그려낸 과정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자신이 라포를 깊게 형성할 정도로 공들여온 김서완의 자살로 다은의 상실감은 상당했다. 동료 간호사들, 그리고 수간호사에게 자신의 힘듦을 내색하지 않았지만, 한번 만나보면 어떻냐고 제안한 동교윤(연우진 분)에겐 애도의 시간을 가진 후 그 질문에 대해 한 달 뒤에 답하겠다고 했다. 고윤도 이에 동의했지만 말이다.

이후 친구 송유찬(장동윤 분)과 노래방에서 노래하다, ‘나로 인해 아파할 거니까, 잔인한 여자라.’는 가사에 그만 유찬에게 안 괜찮다고 고백하며 다은은 울음을 터뜨린다. 다음날 수간호사인 송효신(이정은 분)에게 선생님 말씀이 옳았다며 당분간 쉬어야겠다고 했고, 효신은 그렇게 하라고 한다. 디은은 집에서 쉬기 시작했는데 1주가 되도록 거의 먹지 않고 잠자기만 했다.

이에 걱정된 다은 모(황영희 분)는 유찬을 불렀고, 다은의 집으로 온 유찬이 기분 전환하자고 다은을 설득해 집 밖으로 꺼냈지만, 다은은 죽어도 상관없다고 해 유찬은 죽든 말든 맘대로 하라며 다은 곁을 떠났다. 마침 다은과 약속한 한 달이 지나자, 고윤은 프러포즈하려고 다은에게 갔는데, 우울한 다은을 보는 순간, 고윤은 프러포즈 대신, 자신을 돌보라며, 그녀에게 정신과 진료를 권유한다.

다은은 정신과 간호사라 잘 알지 않겠냐며, 우울증이 아니라고 했고, 이에 고윤은 자기 항문도 치료 못 한다며, 다른 병원에라도 소개하겠으니 정 안 되면 자신을 위해 치료받으라고 다은에게 부탁한다. 이를 들은 다은 모는 다은이 왜 아프냐며, 다은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고윤에게 말하더니, 다은을 끌고 집으로 가려다, 함께 횡단보도에 서게 된다.

이때 다은은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를 건너며 자신을 치고 차가 지나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다은 모는 딸이 저러는 모습에 깜짝 놀란 나머지, 절규하며 달려가 다은을 감싸며 함께 길가로 쓰러졌다. 다음날 다은이 깨고 보니, 하얀병원 보호병동에 있었고, 그녀의 주치의는 다은 모 동의하에 보호 입원했다고 알려줬다. 이에 다은은 보호병동에서 나가겠다고 한다.

병동에서 다은에게 약을 줬는데, 다은은 약 먹으면 자신이 정신병 환자임을 인정하는 거라,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해, 약을 먹는 척하고, 쓰레기통에 버리곤 했다. 이를 알게 된 간호사는 주치의에게 약을 바꾸는 등의 요구를 하라고 했고, 다은은 왜 약 먹냐고 항변했다. 환자가 옆에서 이를 보며 빠른 퇴원은 글렀다고 다은에게 말하더니, 다은은 흥분해 뭔가를 집어던졌다.

하얀병원 보호병동 상담실에서 정다은(박보영 분, 좌측)이 주치의 허지안(공민정 분)과 상담하는 모습. ⓒNetflix 동영상 캡처하얀병원 보호병동 상담실에서 정다은(박보영 분, 좌측)이 주치의 허지안(공민정 분)과 상담하는 모습. ⓒNetflix 동영상 캡처

이후 주치의 허지안(공민정 분)과 만난 자리에서, 다은은 우울감 있지만, 자신이 정신과 간호사고, 입원할 정도는 아니고, 병동 환자들과 다르다며, 자신이 정말 죽으려 한 적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다은 모의 얘기와 다르다며, 주치의는 다은의 죽으려는 시도에 운전자가 화낸 모습 등을 다은에게 떠올리게 하며, 정신과 간호사니 자살 시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거라 했다.

이에 다은은 자신이 아픈 환자임을 인정했고, 주치의는 그런 다은에게 용기를 준다. 이후엔 밥도 잘 먹고 약도 꾸준히 복용하며, 다은 모와 친구 유찬과도 밝게 웃으며 얘기한다. 얼마 후 퇴원하고, 다시 정신병동 출근을 준비한 다은은 쑥개떡을 들고 유찬의 치킨집 가게에 갔는데, 거기서 정신병동에 입원한 적 있는 다은을 누가 간호사로 쓰고 싶어 하냐고 유찬 모가 유찬에게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다.

여기에 하얀병원에 입원한 적 있었던 김성식(조달환 분)이 명신대학교병원 정신병동에 전원됐다는 소식까지 듣자, 자신의 정신병동 입원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다은은 다음 날 정신병동에 출근하지 않았다. 다음 날 다은은 자신을 찾아온 고윤에게 자신이 망가져 창피하고 정신과 치료받은 사람이 어떻게 간호사 하냐며, 간호사 일을 그만둔다고 말하고선 고윤과 그만 만나자고 한다. 이를 들은 고윤은 항문 치료를 받으면 자신이 항문외과 의사가 아니냐고 다은에게 물었고, 환자를 좋게 본 다은의 모습은 사라졌다며, 자신을 비하한 것에 미안해야 한다고 그녀에게 말하고선 자리를 떴다.

날이 저물자, 수간호사 효신이 다은 집에 찾아가 왜 출근하지 않냐고 물어봤다. 다은은 자신이 간호사를 하지 못할 거라 했고, 왜냐고 효신이 묻자 아프니 어떻게 간호사를 하냐 했다. 효신은 다은이 무슨 범죄자냐며, 다은을 비난할 권리 없다 했지만, 다은은 민폐 주기 싫다고 했다. 이에 효신이 간호사 때려치우고 싶냐고 물었고, 다은은 과거 기억이 나서인지, 하고 싶다는 말로 울먹인다. 이에 효신은 출근하라며, 문제 생기면 그때 해결하자고, 다은을 격려한다.

마지막 걸림돌까지 해결한 다은은 드디어 정신병동에 출근했다. 그런데 우려대로 김성식을 통해 다은의 정신병동 입원 사실이 환자 보호자들에게 전해진다. 이들은 아픈 사람이 어떻게 간호하냐며 다은이 간호사 하면 안 된다고 시위한다. 병원 게시판에 정다은 간호사 관련해 난리도 아니라며, 홍보팀장이 다은 사직 도와달라고 의과 교수진들에게 말했지만, 이들은 수간호사가 옳은 말을 하고 무섭기에, 수간호사 설득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고, 홍보팀장은 알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환자 보호자들은 수간호사에게 만날 일이 있다고 했고, 수간호사는 응했다. 회의 자리에서 보호자를 대표해 김성식 형은 아픈 사람에게 아픈 가족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하얀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냐는 보호자 질문에 다은은 그렇다고 했고, 꾸준히 약을 복용한다고 했는데 한 보호자는 우울증이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며, 이렇게 아픈 분이 사회생활 하는 게 욕심인 것 같다고 발언했다.

명신대학교병원 정신병동 회의실에서 수간호사 송효신(이정은 분)이 정신질환에 관한 보호자들의 인식에 대해 꾸짖으려 하는 모습 ⓒNetflix 동영상 캡처명신대학교병원 정신병동 회의실에서 수간호사 송효신(이정은 분)이 정신질환에 관한 보호자들의 인식에 대해 꾸짖으려 하는 모습 ⓒNetflix 동영상 캡처

이에 다은이 말하려 했지만, 수간호사는 그런 다은을 제지하며, 아픈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게 욕심인 것 같냐고 보호자에게 물은 후, 그런 논리라면 환자분들이 평생 집 안에 숨어서 말하고, 회사는 못 다닐 거라고 설명한다. 보호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수간호사는 내 가족한테 이런 말을 하니 마음이 아프냐며, 환자분들은 병원에서 나가면 그 말은 늘 듣는 거고 정신병은 누구한테나 오는 거니 자신들은 아프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지 말라며 보호자들을 꾸짖는다.

회의 후, 시위하려는 보호자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결국 시위는 끝났다. 이후 환자를 이해하려는 다은의 마음에 보호자들은 마음이 녹아들고, 다은은 정신병동 생활에 다시 적응하며,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에 있는 경계인이라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끝을 맺는다. 사실 정상이라는 말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뉘앙스로 들려져 조금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다은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며 ‘아픈 사람이 어떻게 간호사를 맡아?’란 말은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의 벽을 다시금 확인하기에 빡치는 기분이었다. 정다은 간호사의 경우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기에, 그녀의 이런 경험이 오히려 정신병동에 있는 다른 사람들 마음을 잘 헤아리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선 장애나 질환 등의 이유로 장애 등이 있는 사람의 경험을 중시하지 않기 일쑤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경우엔 직업 등에 있어 결격사유와 연관된다.

이와 관련해, 의료법 제8조 1호를 보면 정신건강복지법 제3조 1호에 따른 정신질환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고, 다만 전문의가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엔 그러지 아니하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하지만 전문의가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구체적 기준이 없어, 자의적 판단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 있거나, 그런 적 없어도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 간호사 자격 박탈 등의 차별을 완전히는 막지 못할 여지를 주게 된다.

설령 단서조항이 없어도, 법률에 정신장애인은 간호사 등의 의료인이 될 수 없다는 대전제가 있고, 이는 이미 정신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기에, 법적 평등을 추구하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배치된다. 그런 상황에서 인식의 장벽으로 인한 보호자들의 반대를 이기며, 정신병동에서 계속 근무하는 정다은 간호사 이야기는 우리 현실에선 판타지에 가깝다.

그러기에 결격조항들을 일괄폐지하라는 장애계 요구가 있었고, 이에 부응하듯,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을 개방노동시장(Open Labor Market)에서 배제하려는 모든 차별적 법률을 폐지하라고 권고했건만, 정부는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

2년 7개월 전, 사회복지사 자격에 정신장애인은 제한한다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결정에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에서 항의시위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2년 7개월 전, 사회복지사 자격에 정신장애인은 제한한다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결정에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에서 항의시위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효신이 다은에게 다은이 범죄자냐고 한 말은 범죄가 일어나고 그게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과 관련되면, 사회적 맥락 분석 없이 정신장애인을 ‘묻지마 범죄’와 연관 짓는 언론의 작태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이를 통해 언론은 정신장애인을 주류사회에서 격리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호도하며, 장애인 혐오를 확산시킨다. 언론은 이에 대한 책임 회피하지 말며,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범죄를 두둔하진 않으나 범죄가 발생하게 된 데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지지·지원체계와 관련된 정부의 중장기적 계획이 부재하고, 오로지 정신장애를 치료해야 한다는 편견이 지배하기에 정신장애인들이 좌절감과 사회적 결핍을 느끼는 맥락 속에 그렇게 됐다고 본다. 그런 환경에서 정신장애인은 혐오와 차별의 사슬에서 벗어날 길이 없으며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이렇게 인식의 장벽 속에 정신장애인들은 인간다운 삶은 애당초 꿈꾸기 어려운 구조에서 정신건강을 위협받으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간다. 다만 정다은의 경우엔 정신적 어려움을 부인해 정신건강이 나빠지다 자신을 제대로 인식해 회복했다, 그리고, 정신병동 입원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으로 우울해져 정신건강이 나빠지다 다은을 지원하는 사람들로 인해 회복됐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정신병동에 입원한 오리나(정운선 분)의 경우엔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오리나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친구 사귀고 결혼도 했지만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는 스토킹으로 신고했고, 이에 엄마는 정신병동으로 리나를 입원시킨 거다. 이런 걸 보면 오리나 삶에서 자기결정권, 선택권이 박탈됐음을 짐작케 한다.

그런데 이걸 보며, 정신적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현실을 생각해보게 됐다.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정신건강복지법에 나와 있고, 발달장애인법에도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명시돼 있지만, 정신적 장애인들은 이 권리가 박탈된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은 말뿐인 선언에 불과하고, 이런 상황에서 피후견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자기결정권을 박탈하는 성년후견제가 팽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앞으로 자기결정권 보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봤지만, 이 드라마는 구지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맞장구치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란 실마리는 보인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드라마란 생각에 고무적이긴 하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놓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목소리를 중시하지 않았다는 거다.

다은을 침대에 던졌던 김성식이나, 자해를 시도하는 사람들의 신체를 제압하는 행위 등은 사실 인권침해에 해당되는 거다. 정신건강복지법 제75조엔 치료나 보호의 목적으로 전문의 지시 속에 입원환자를 묶거나 격리하는 신체적 제한을 허용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사업안내에선 치료프로그램이나 병실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자·타해 위험 있는 환자 보호 목적으로 시행, 환자가 받는 과도한 자극을 줄일 필요가 있는 경우 등 법률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이유를 강박과 신체 제한의 이유로 포함하기에 더욱 자의적인 격리와 강박 등의 인권침해가 가능하다.

3년 전 11월 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동의입원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토론회’ 모습. ⓒ에이블뉴스 DB3년 전 11월 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동의입원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토론회’ 모습. ⓒ에이블뉴스 DB

그리고, 드라마에서 오리나가 자의입원했으니 퇴원하고 싶다고 했지만, 다은은 동의입원이라 당장 퇴원은 어렵다는 말을 했었다. 입원할 때는 본인 의사로 하지만 퇴원 시엔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퇴원할 수 없는 게 동의입원이라,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사실상 박탈된 입원형태고, 역시 인권침해다. 정신장애인의 자유는 이전보다 오히려 더 박탈되었고, 상황은 악화됐다고 봐야 한다.

과거에는 폐쇄병동이라고 불렸던 보호병동의 방 색깔이 분홍색 등으로 아늑하게 바뀐 것이 드라마에서 나온다. 설령 그런다 할지라도, 폐쇄병동이라는 환경은 그곳에 수용된 사람들에겐 인간다운 대우가 없는 한 상당한 스트레스일 뿐이며, 그런 가운데 자해 시도가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할 터이지.

이렇게 동의입원, 신체 자유 제한 등의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라마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신체 자유 제한 등을 간호사, 보호사 등의 헌신으로 미화하려는 뉘앙스가 느껴질 정도다. 이렇다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 마음속엔 정신장애인의 인권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자라나지 않겠는가? 오히려 정신장애인 혐오에 일조하지 않을까?

이 드라마가 인권을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할지라도 최소한 혐오하는 생각이 자라나지는 않도록 해야 하지 않는가?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시민단체의 의견과 목소리는 이 드라마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드라마 제작진들이 이들에게 검토와 자문을 제대로 받았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더군다나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합리적 변경(Reasonable Accommodation) 속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교육받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모습은 역시 드라마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언제쯤 언론과 미디어,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까? 아마도 장애의 인권적 모델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노력을 해야지만 드라마는 물론이고 실제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자신에게 찬물을 부은 정신과 의사인 황여환(장률 분)이 이후 민들레(이이담 분)와 들레의 집에서 키스하는 장면. ⓒNetflix 동영상 캡처자신에게 찬물을 부은 정신과 의사인 황여환(장률 분)이 이후 민들레(이이담 분)와 들레의 집에서 키스하는 장면. ⓒNetflix 동영상 캡처

한편, 이 드라마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정신과 의사인 황여환(장률 분)은 간호사인 민들레(이이담 분)를 어느 순간부터 만날 때마다 좋아한다고 하는데, 민들레 자신은 자신의 집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가정환경 등으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여환이 싫다고 계속 말한다. 어느 날 들레 집을 방문한 여환은 갑자기 밖으로 나가더니, 찬물을 자신의 몸에 들이부은 다음 들레를 끌어안고 키스한다. 들레도 수용한다는 듯이 키스하며, 여환 허리춤에 손을 들어올린다.

여자가 싫다고 했는데, 남자가 계속 좋다고 하며 다가간다면 현실에선 이건 명백한 스토킹에 해당한다. 이렇다면 여자는 자신의 집에 그런 남자를 초대하고 싶지 않을 거고, 그런데도 피해를 당하면 스토킹 범죄로 신고할 여지가 높을 거다. 상대방이 좋아하지도 않는데 키스까지 하면 성추행에 휘말릴 여지도 있다. 하지만, 여환과 들레의 키스 장면 등을 보여주니 이해할 수 없고 이를 통해 스토킹에 대한 면죄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 일각의 지적에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경쟁이 심한 경쟁 사회 속에서, 그리고 장애 등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혐오하는 인식의 장벽 앞에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현실을 드라마의 김서완과 정다은 사례를 통해 보게 된다. 이를 통해, 적당한 경쟁 속에 취업 문턱을 낮추고 공시 통한 공무원 말고도 자아실현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 선택지를 어떤 식으로 넓힐지, 그리고 인식의 장벽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등도 앞으로 이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또한, 저번 글에서 봤던 것처럼, 직장 내 차별이 상당한 현실을 직시하며, 이를 근절하고 직원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향후의 드라마는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목소리를 담아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정신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서 일하고 교육받는 모습들이 드라마에서 나타나고 이게 현실로 다가오길 바라며 말이다.

그렇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나에게 여러 메시지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줌과 동시에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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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