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4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감안해, 국민 혈세가 제대로 사용되기 위해 최소한의 증액으로 편성했고,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예산 심의를 하는 과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건, 당리당략과 국회의원들 지역구를 위한 사리사욕, 여당과 야당의 감정적 삭감과 증액으로 국민을 위한 예산이 아니라 우리 편 챙기기로 치달으면서 애초 약속했던 장애인 등 약자에 대한 예산은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국회에서 예산 심의를 하기 전부터 전국에서 내년도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 예산이 삭감돼,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통보를 받은 장애인 부모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은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는 건 전문가와 부모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실제 현실에서도 증명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올해 38세인 필자의 아들이 장애 판정을 받았던 34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조기 치료는 장애 극복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걸 절감하고 있다.

30세 이상 발달장애인과 20세 이하 발달장애인들을 보면,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인이 20세 이하가 월등하게 많다는 걸 느낀다.

34년 전에는 장애인복지관조차 서울에 3개 정도밖에 없었고, 장애가 발견되면 가장의 월급보다 많은 치료비를 부담하면서 정체불명의 조기교실이란 곳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마저 경제력이 없는 가정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니 의사소통이 될 리가 없었다.

이후 부모들과 전문가들의 끊임 없는 요구에 부족하지만 바우처제도가 도입되고, 장애인복지관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부모들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전문치료사들이 운영하는 사설 치료기관도 늘어 나면서 20세 이하 장애인들의 의사 표현 능력도 급격히 향상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절대 부족해 사설 치료기관을 이용하는 많은 부모들은 과도한 치료비 부담에 불만을 토로하고, 복지관 증설 등으로 저렴한 치료비로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예산 삭감으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치료사는 실직하는 끔찍한 현실만 기다리고 있다.

최소한 도시에는 기초 자치단체에 2곳 이상의 장애인복지관을 증설하고, 규모와 프로그램도 몇 배 늘려 원하는 장애인들은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만이 미래 장애인 복지 예산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필자가 원장으로 재직했던 주간보호시설에는 지금 거의 대부분 이용자들이 30세 이상이다. 어렵게나마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은 이용자는 단 한 명에 불과한데, 이는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환경이 주원인이라고 생각되며, 20세 이하 발달장애인들을 보면 의사 표현은 물론 스스로 할 수 있는 생활훈련이 제대로 된 장애인이 많음을 볼 수 있는 건 조기 치료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도 발달장애인 치료 프로그램이 예산 삭감으로 내년에 폐지된다면, 그 후과는 발달장애인들의 의사소통과 생활 훈련 퇴보로 향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복지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 치료 관련뿐 아니라 장애인 관련 예산 삭감을 즉각 중단하고, 오히려 예년보다 많은 예산 증액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바라며 국회도 이에 걸 맞는 예산 조정을 하기 바란다.

전 정부나 전전 정부는 물론 이 정부 들어서도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있기나 한가라고 할 정도로 무관심 하고, 애초 약속한 약자에 대한 혜택은 말로만 그치고 말 것이다.

국회에서 예산 심의를 하는 국회의원들도 제발 장애인 관련 예산은 삭감하지 말고 증액하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장애인 관련 예산 절대 삭감하지 마라.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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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